그동안 대학입시에서는 수능시험 성적이 결정적인 전형요소로 작용해 왔다. 학생들은 수능시험에서 높은 성적을 따내야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으므로 다른 공부는 접어둔 채 수능준비에만 매달렸다. 이를 위한 과외수요는 날로 증가했고 일선 학교에서는 교육다운 교육이 이뤄질 수 없었다. 교육이 달라지려면 대학입시의 전환이 불가피했다.
대학들이 구상중인 새 전형방식의 폭은 대단히 넓다. 컴퓨터 등 특정 분야에 재능을 지닌 지원자에게 입학기회를 부여하는 대학이 있고, 효행 선행을 한 학생을 뽑는 학교도 있다. 학교장 추천입학제나 조기선발제도 거론되고 있다. 방식은 달라도 수능성적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성 리더십 등 미래가 요구하는 자질을 지닌 신입생을 뽑겠다는 취지다.
물론 새 전형방식에도 함정은 있다. 학교측의 재량이 늘어난 만큼 공정성시비 등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주관적 전형요소가 많은 예체능계 입시에서 말썽과 잡음이 자주 일어나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전형방식이 제각각인 만큼 교육당국에서 비리와 부정을 감시 통제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또다른 우려는 대학들이 새 전형방식을 내세워 우수학생 유치에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이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일부 대학에서 검토중인 조기선발제는 고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신입생을 미리 뽑아놓는 방식으로 우수학생의 입도선매(立稻先賣)라는 성격이 강하다. 학교장 추천입학제도 본래의 취지대로 운영되지 않으면 우수학생 유치의 편법이 될 수 있다. 이들 ‘우수학생’이란 과거 관점에서 본 우수학생일 뿐이며 새로운 환경이 요구하는 인재는 아닐 수 있다.
학생선발 권한을 대학에 되돌려주는 것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새 정부 교육정책도 대입 자율화를 통해 교육 현안을 풀어가는 쪽으로 기우는 인상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대학에 요구되는 것은 자율화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이 아닐 수 없다. 누구나 결과에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한 입학전형이 이뤄지지 않으면 과거의 타율(他律)을 다시 불러올 수 있음을 대학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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