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정부 첫 4자회담

  • 입력 1998년 3월 14일 20시 56분


남북한 미국 중국의 4자회담 2차 본회담이 내일부터 5일 동안 제네바에서 열린다. 현재로서는 의제나 진행방식에 대한 논란 때문에 본회담의 순조로운 출발을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4자회담은 한국의 새 정부 출범 이후 남북한 당국자들이 처음 만나는 자리다. 따라서 회담 자체의 성과 못지않게 ‘의미있는 대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북한이 보인 4자회담에 대한 태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여전히 북―미(北―美)평화협정체결과 주한미군철수를 고집하면서 회담을 북―미 양자구도로 끌고가겠다는 자세다. 김계관(金桂寬)북한측 수석대표가 “제네바에서 남북대화를 할 이유가 없다”며 4자회담과 남북대화의 무관함을 주장한 배경도 마찬가지다. 이번 회담을 남북한 당국간 접촉기회로 활용하려는 우리의 의도를 사전 봉쇄하기 위한 속셈이다.

그러나 아무리 북한측 대표들이 남북한문제 논의를 피한다고 해도 우리 대표들과의 자연스런 의견교환 자리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양측 대표들이 회담 도중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리셉션이나 오찬 등 비공식적인 자리는 많다. 더구나 지금 남북한 사이에는 양측 모두 상대방 진의를 탐색해야 할 일이 적지 않다. 우리는 새정부가 내놓은 여러가지 대북(對北)제의에 대한 북한측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 평양당국이 새 정부 출범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접근하려는지도 궁금하다. 북한측 역시 새 정부의 대북정책 본질이나 제의의 진의 등에 대해 묻고 싶은 것이 많을 것이다.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현실적이고도 전향적이며 무엇보다 북한의 사정을 고려하고 있다는 평가다. 91년의 남북기본합의서 이행을 대전제로 하면서 정경분리원칙에 따라 실천 가능한 문제부터 풀어나가자는 것도 그렇고 흡수통일을 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 점도 그렇다. 정부차원에서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식량과 비료 영농기술 등을 적극 지원하려는 새 정부의 뜻을 평양당국은 바로 읽어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이나 특사교환 제의를 북한 체제 전복 기도로 곡해해서는 안된다.

북한은 이미 한계가 드러난 대남(對南) 배제정책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떳떳하게 직접 대화의 장(場)으로 나와야 한다. 우리의 경제지원이 왜 국제기구를 거쳐야 하고 북한의 지원요청이 왜 제삼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서울에 전달돼야 하는가. 오는 25일로 예정된 남북적십자회담도 구태여 베이징(北京)에서 열릴 이유가 없다. 이번 4자회담은 남북한 대표들의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민족문제를 직접 만나 논의, 해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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