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좀 호들갑스러운 데가 있는 미국인들이 느낀 공포는 대단했던 모양이다. 뉴욕타임스는 ‘거대한 바위덩어리의 공격’이란 제목의 사설로 이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기도 했다. 이 뉴스에 대한 지구인들의 첫 반응은 세대에 따라 달랐을 것 같다. 중장년층은 자신의 나이를 계산하며 30년 뒤에나 일어날 일인 만큼 손자 손녀들을 걱정했을 것이고 신세대들은 ‘공룡 멸망설’을 떠올리며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쇼킹한 뉴스는 하루만에 해프닝으로 끝났다. 지난 12일 소행성 XF11의 지구충돌 가능성을 공식발표한 미국 하버드대의 천문학자 마즈던박사가 하루 뒤 기자회견을 다시 갖고 “컴퓨터 계산이 잘못됐다.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미항공우주국(NASA)도 문제의 소행성이 달의 공전궤도 밖으로 지나갈 것이며 지구에는 전혀 해를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소동은 그러나 언제 있을지 모를 지구의 대재앙에 대한 경각심을 전 지구인에게 실감나게 심어주었다. 또 앞으로 지구로 돌진해오는 소행성을 우주에서 핵무기 등으로 미리 파괴해버리는 기술개발이 필요함을 깨우쳐 주었다. 현재 우주에는 ‘지구에 위협적인’ 것으로 분류된 소행성이 1백8개나 있으며 크고 작은 소행성의 지구접근 가능성은 상존한다는 것이 우주물리학자들의 말이다.
〈김차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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