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의 절약정신은 일상생활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독일인들이 1천마르크짜리 화폐를 들고 다니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고작 1백마르크짜리 몇 장이 전부다. 돈을 벌지 못하는 학생들의 경우는 1백 마르크 한 장으로 1주일을 버틸 정도다. 독일인들은 1천마르크짜리를 은행에서나 볼 수 있는 지폐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혹시 외국인이 가게에서 물건을 산 다음 1천 마르크짜리를 내면 놀라서 쳐다보기도 하고 거스름돈이 없어 쩔쩔매는 경우도 있다.
독일인들은 또한 싼 물건 위주로 구입하기 때문에 사고 싶은 신제품이 시중에 나와도 열심히 구경만 하다가 시간이 지난 다음 다른 곳에서 같은 물건을 싸게 판다는 소식을 들으면 아무리 멀어도 그곳으로 몰려든다. 어느 나라보다도 독일에 중고품시장이 발달해 마을마다 벼룩시장이 수시로 열리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라 있는 ‘사(私)교육’도 독일에서는 전혀 뉴스가 되지 않는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과정만으로 훌륭한 인재를 충분히 길러낼 수 있다는 독일인의 자신감 때문이다. 한국을 잘 아는 한 독일인이 아이들의 적성과 상관없이 벌어지는 한국의 ‘과외열풍’을 빗대어 “이렇게 어릴때부터 열심히 가르치는데 한국에는 노벨상수상자가 왜 없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던 기억은 씁쓸하기까지 했다.
독일언론은 요즘 한국의 외환위기에 대해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다. ‘호랑이가 몰락한다’는 제목으로 한국의 현 상황을 소개하고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는 어떤 영향이 미칠는지가 주요 골자다. 한동안 승승장구하면서 선진국 문턱까지 갔던 우리 나라가 왜 이렇게 추락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상생활의 작은 일에서부터 낭비요소를 없앨때 IMF파고를 넘어 다시 일어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응천(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뮌헨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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