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김영삼정부하에서 정치 경제 사법 언론 공무원사회 등 전사회적인 영역에 걸친 개혁을 시도하였으나 많은 부분이 미완성으로 끝나 버렸음은 우연이 아니다. 그만큼 개혁은 어려운 것이며 실패하기 쉬운 성격을 가지고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정치구조개혁은 다음 제시되는 몇가지 이유로 쉽게 성공하기 어렵다.
첫째, 정치구조개혁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정치권에서조차도 합의가 형성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해야 한다. 한국정치의 문제점에 대한 철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러한 노력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예컨대 한국정치과정이 후진되어 있다고 하자. 후진의 원인으로 정치과정의 비민주성 비효율성 등의 문제가 제시되어 있다면 과연 현재 상황에서 정치구조개혁을 어떤 측면에 역점을 두면서 진행시켜 나가야 하는가에 대해 총론적인 합의가 있어야 한다. 예컨대 민주성을 강조한다면 어느 정도의 비효율성은 감수해야 할 것이며 효율성을 강조한다면 때로는 비민주성을 감수해야 한다. 어느 측면에 역점을 둔다는 총론적인 수준에서 합의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각론에서 엄청나게 다른 시각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더불어 어떠한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지금까지 국민회의와 자민련을 중심으로 정치구조개혁에 대한 논의가 일방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즉 한나라당이 정치구조개혁에 관한 논의에서 배제되어 왔다.
이는 김대중정부의 정치구조개혁의 앞날에 불길한 징조가 아닌가 싶다. 정치구조개혁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 적어도 정치구조개혁을 위해서는 어떤 경우에는 야당이 앞장서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정치구조개혁에 미온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음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그러한 야당을 협상의 자리에 앉히지 못하는 여당의 정치력에도 문제가 있음은 물론이다.
셋째, 우리말에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자신이 자신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보라 한다’는 말이 있다. 한국의 정치인들에게 정치구조개혁을 맡기는 것은 위의 두가지 우리 속담이 모두 적용되는 것 같다.
한국의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없음을 보여 왔다. 오랜 기간에 걸친 정경유착, 패거리정치, 연고주의 정치 등은 차치하고 IMF위기 상황하에서도 정쟁에만 열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리고 한국의 정치인들은 권력과 돈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터무니없이 많이 드는 정치자금을 줄일 생각보다는 보다 많은 정치자금을 손쉽게 모으려 하고, 권력을 위해서는 철학 이념 정책을 초월하여 이합집산하는 용렬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들이 추진하는 정치구조개혁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위에서 왜 정치구조개혁이 쉬운 일이 아닌가에 대해 간략히 논의해 보았다. 이 글을 쓴 이유는 정치권에서 논의하고 있는 정치구조개혁에 대해 찬물을 끼얹을 생각에서가 아니다. 개혁이란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닫고 환골탈태의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개혁에 임해달라는 주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민의 눈을 두려워할 뿐만 아니라 역사 앞에서도 부끄러움이 없는 개혁논리의 전개가 이번 정치구조개혁에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남영(숙명여대교수·정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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