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용정/美의 원칙없는 통상압력

  • 입력 1998년 3월 18일 19시 29분


▼미국의 대한(對韓)통상압력에는 원칙도 없고 논리도 없어 보인다. 무조건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라고 윽박지르면서 제대로 말을 듣지 않으면 슈퍼 301조를 발동하겠다며 이를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휘두르곤 한다. 그리고 그 뒤에는 으레 미국 업계와 국제적 장사꾼들의 충동질이 있다. 내달중 워싱턴에서 재개될 한미(韓美)자동차협상을 앞두고 이같은 움직임이 재연되고 있다.

▼미국자동차제조업자협회(AAMA) 앤드루 카드회장은 17일 “한국은 외국산 수입차의 점유율을 현재의 1%미만에서 가까운 장래에 10%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체제하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해서 자동차시장 개방의 책무까지 면제된 것은 아니며 우리의 이같은 입장은 앞으로 한미자동차협상에서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9월에도 연례 자동차협상을 벌였으나 관세인하와 내국세제 개편을 포함한 7대 쟁점의 일괄 수용을 요구하는 미국측의 주장 때문에 협상 자체가 결렬됐었다. 관세인하와 내국세제 개편은 조세주권의 문제로서 통상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데도 미국은 그들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라고 강요했다. 협상이 결렬되자 미국은 한국을 우선협상대상국으로 지정했다.

▼한국의 자동차 무역불균형이 미국과 유럽연합(EU)국가들의 원성의 대상인 것은 잘 안다. 그러나 한국 소비자들의 소비절약과 국산품 애용운동까지를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한국의 관세 또는 비관세 장벽을 트집잡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외제차 점유율을 10%로 늘리라니 미국 자동차제조업자들이 한국 소비자들에게 미국차를 무상으로 주기라도 하겠다는 얘기인가. 무역은 어디까지나 무역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김용정<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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