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한기흥/「남북대화 재개」해프닝

  • 입력 1998년 3월 18일 19시 29분


박지원(朴智元)청와대공보수석은 1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내용을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며 북한측이 남북대화 재개의사를 밝혔다고 발표했다.

제네바 4자회담에 참석중인 북한의 이근(李根)차석대표가 우리측에 곧 남북대화가 열릴 가능성이 있는데 남북대화가 이뤄진 뒤에도 4자회담을 계속할 것인지 여부를 물어왔다고 박정수(朴定洙)외교통상부장관이 보고했다는 것이 발표의 요지였다.

이런 박장관의 보고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4자회담은 한반도평화와 전쟁억지를 위한 것이고 남북대화는 남북한 화해협력을 위한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정상회담도 할 수 있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고 박수석은 전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을 뒤늦게 전해들은 통일부는 발칵 뒤집혔다. 제네바 4자회담에 문무홍(文武烘)남북회담사무국장 등이 참석중인데도 이에 대한 보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통일부는 즉각 현지로 전화를 걸어 사실 확인에 나섰다. 그 결과 북한측은 어떤 무게를 실어 남북대화 재개의사를 표명한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통상부도 기자들의 문의가 잇따르자 최초 보고자인 유명환(柳明桓)북미국장에게 정확한 진의를 확인하느라 부산을 떨었으나 결론은 마찬가지였다.

북한이 4자회담에 대한 우리측 입장을 타진했을 뿐 남북대화 재개의사를 밝힌 것으로는 볼 수 없다는 것이 당국자들의 공식적인 설명이었다.

박장관이 유국장의 보고를 보좌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듣는 과정에서 일부 착오가 생긴 것 같다는 해명도 뒤따랐다.

결국 이날 일은 외교통상부의 서투른 일 처리 때문에 대통령까지 혼선을 빚게 만든 해프닝이 된 셈이다.

한기흥<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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