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현장 지구촌리포트⑩]3세대 이동통신

  • 입력 1998년 3월 19일 08시 05분


“2010년 5월 백과장은 막 도착한 로스앤젤레스공항을 빠져나오자 차안에서 노트북PC를 꺼냈다. 차가 고속도로로 들어서자 운전하는 동료에게 잠깐 업무를 보겠다고 양해를 구한 뒤 노트북PC에 이동전화기 연결 잭을 꽂고 서울 본사에 비행기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보냈다. 이어 회사 지시사항이 본사 컴퓨터망에 떴는지 살펴보고 관련 인터넷 사이트도 체크했다. 업무를 끝낸 백과장은 집으로 전화를 걸어 화상에 뜬 부인과 얼굴을 마주보면서 무사히 도착했음을 알렸다.…”

2000년대에는 해외출장을 떠나도 장소를 옮길 때마다 호텔 전화번호를 본사 사무실에 알릴 필요가 없다. 차세대 이동통신서비스가 세계 어느 곳에 있든지 즉시 통화할 수 있게 해주고 일반 전화선보다 빠른 속도로 인터넷이나 본사 컴퓨터망과 접속해 주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동통신 체제를 갖추기 위해 세계 이동통신업계는 정보통신 역사상 유례없이 새로운 실험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나라별로 진행되어왔던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의 국제적 표준을 세계인이 함께 나눠 쓰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이동통신서비스는 ‘언제 어디서나 사람이 보고 듣는 느낌 그대로 정보를 주고 받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세계 이동통신 업체들은 이것을 지금의 2세대 이동통신보다 진화된 3세대(3G)이동통신이라고 부른다. 또 ‘2000년대를 대비한 국제 이동통신(International Mobile Telecommunications For 2000)’이라는 의미로 ‘IMT 2000’이라고 이름붙였다.

미국 서부 샌디에이고 북부의 코스타 메이사에 위치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개발그룹(CDG)은 디지털 이동통신 표준화의 산실 역할을 하고 있다.

CDG는 디지털 CDMA방식이 세계 이동통신의 표준이 되도록 하기 위해 CDMA와 관련된 장비 또는 통신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 회사들의 연합모임.

CDG에는 루슨트 모토롤라 노키아 노텔 필립스 퀄컴 시멘스 소니 NEC 등 세계 정보통신업계를 이끌어가는 90여개의 기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정보사회에서 표준화된 통신 서비스를 내놓지 않고서는 업계 전체가 경쟁력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는데 동의한다. 국제적 표준화 없이는 정보산업의 미래가 없다는 설명이다.

CDG의 기술분과위원을 맡고 있는 노텔의 로널드 라이언 박사(IMT 2000 프로젝트 담당)는 “CDG는 이동통신분야의 세계 정상 외교무대와 같다”고 지적하고 “이 무대에서 발언권을 얻지 못하면 기업의 생존권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 된다”고 말한다.노텔의경우연구소내에 CDG에 대비한 별도의 표준화 개발팀을 운영하고 있다.

CDG회원사들은 한달에 1,2차례 세계를 돌며 기술협의회 이사회 등을 진행한다. CDG의 협의를 거친 사항은 곧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정보통신 기업과 연구소에 전달돼 현장에 적용된다.

CDG는 지난해말 이동통신 수단을 이용한 고속 데이터 통신의 표준을 완성했다. 이 데이터 표준은 개인휴대통신(PCS) 휴대전화는 물론 고정망통신 등 모든 정보통신 분야에서 폭넓게 쓰일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다. 올해는 영상전화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표준방식을 결정할 예정이다.

그동안 진행된 표준화 작업에 따르면 3세대 이동통신은 크게 두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단말기 하나를 갖고 다른 나라에 가도 불편없이 이동통신을 이용할 수 있는 국경없는 서비스다. 지금처럼 일일이 이동통신 업체에 찾아가서 국제로밍 서비스를 신청하고 다른 단말기를 지급받거나 새로운 번호를 받을 필요가 없다.

또 다른 하나는 멀티미디어 정보를 이동통신 단말기로 주고 받을 수 있는 고속 데이터 서비스다. 현재 일반 유선통신망보다 30배 정도 빠른 2Mbps급 속도로 많은 양의 데이터를 전파를 통해 실어나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2000년대초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3세대 이동통신이 완성되면 하나의 단말기를 통해 여러가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은 물론 멀티미디어 자료 교환과 대용량의 정보를 주고 받으면서 화상회의도 할 수 있다.

세계 주요 통신업체는 CDG같은 국제 표준화 기구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이미 치열한 개발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95년에 3세대 이동통신 주파수 대역중 일부를 통신사업자에게 나눠주고 실제 서비스를 위한 기술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유럽 각국도 전문가로 구성된 표준화 기구를 통해 유럽 단일안을 마련하기 위해 뛰고 있다. 일본은 CDMA와 TDMA 계열 양쪽을 겨냥해 개발을 진행하면서 표준화회의에서 캐스팅 보드를 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댈러스·샌디에이고〓김승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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