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정부도 마찬가지다. 몇년전 우리나라의 모재벌 그룹이 외국에 상당한 로열티를 지불하고 기업로고를 제작했다. 시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영어의 A자를 ∧로 표기한 듯하다. 그후 다른 기업들이 이를 다투어 도용했다. 경쟁관계에 있는 한 그룹 백화점은 세일을 S∧LE이라 써붙였고 어느 자동차회사는 모든 차에 A를 ∧로 표기한 로고를 만들어 붙였다. 러시아에서는 ∧가 L자를 의미하는데도 말이다.
러시아 사람들은 우리와는 반대로 유행을 덜 탄다. 남의 일에 관심도 적다. 대신 자신의 것을 소중히 여긴다. 어느 젊은 여성이 할머니때부터 물려받은 것이라며 아주 보잘 것 없는 반지를 자랑스럽게 끼고 다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연해주에는 양주가 많이 들어와 있지만 이곳 사람들은 연해주산 아르무 보드카를 최고로 친다.
외환위기가 오기 전까지 우리의 모습은 어떠했는가. 유행이 지난 옷은 헐값에도 잘 팔리지 않았고 비슷한 제품이라도 유명상표가 붙어야 잘 팔렸다. 이웃이 해외여행을 하니 나도 해야 하고 이웃집 자녀가 유학을 가니 우리 아이도 보내야 한다. 비약인지 모르지만 A기업이 차입경영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니 B기업 C기업도 차입경영을 한 것은 아닌지. 이러한 유행병이 소위 한국병 경제위기의 주범은 아닌지.
IMF한파에 살아 남기 위해서도 나의 것 우리 것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 남이 하니까 따라서 하는 것은 버려야 한다. 가장 나다운 것 우리다운 것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지 않는가.
냉엄한 국제사회에서 당당히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이상 유행병에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 정부 기업 소비자 등 각 경제주체들은 자기 분수에 맞게 체중을 줄이고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뛰어야 한다.
이광희<블라디보스토크 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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