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변화하는 중국

  • 입력 1998년 3월 19일 20시 09분


중국의 제9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全人大)가 21세기를 이끌 새 국가지도부 구성과 획기적 시장경제정책 수립을 끝내고 19일 폐막됐다. 12억 중국인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이번 전인대는 5년 전에 비해 놀랄 만한 중국의 변화상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도 중국의 새 지도부는 덩샤오핑(鄧小平)―후야오방(胡耀邦)―자오쯔양(趙紫陽)의 개혁개방 노선 아래 성장한 전문관료 출신들을 국가부주석과 부총리 등으로 대거 기용했다. 비록 자오쯔양 전총서기가 톈안문(天安門)사태 이후 정치적으로 불우해졌지만 그가 내세웠던 개방정책은 후계세대에 의해 한층 더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세대교체를 뜻하는 연경화(年輕化)와 함께 신진 개혁성이 새 국무원의 성격으로 드러났다.

장쩌민(江澤民)당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경제개혁의 기수 주룽지(朱鎔基)전부총리를 총리로 기용해 국정을 맡겼다. 주총리는 두자릿수 물가상승률과 실업자 증가, 경기과열 등 중국경제의 위기를 극복한 주역이다. 그는 국무원의 경제각료로 실무기술관료 출신들을 파격적으로 발탁했다. 이는 실무능력 우대와 개혁개방의 강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또 국무원의 40개 각료직을 29개로 줄이는 등 강도높은 정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후진타오(胡錦濤)국가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부총리 등이 차세대 리더로 포진한 것도 중국의 변화된 모습이다. 마오쩌둥(毛澤東) 덩샤오핑 장쩌민 이후의 제4세대로 불리는 이들이 5년 뒤 차기 전인대에서 어떤 위상을 차지하게 될지 주목된다. 전인대에서 지도부가 내놓은 의안에 대해 35%까지 반대표가 나온 것 또한 경제개혁 못지않은 중국정치의 진전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전인대에 상당한 자유표결권이 보장됐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전인대를 보는 세계인의 관심, 특히 동아시아인의 눈길은 새 지도부의 대외정책에 쏠렸다. 중국의 대외정책을 10년 동안 전방위외교로 이끌어온 첸치천(錢其琛)전외교부장이 일선에서 물러난 것은 그런 점에서 관심을 집중시켰다. 한중(韓中)수교도 바로 첸의 전방위외교에 힘입은 결실이었다. 아시아통인 탕자쉬안(唐家璇)신임외교부장이 중국의 선린외교 기조를 더욱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전인대 ‘정부공작보고(정책보고)’는 특히 ‘북한과의 우호관계’ ‘한국과의 호혜협력’ 병행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는 남북한 등거리외교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 필요와 실질교류에 따라 외교비중이 크게 바뀌는 것이 국제사회의 현실이다. 한국과 중국은 시장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상호교류를 한층 더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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