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완벽한」 입시제도

  • 입력 1998년 3월 19일 20시 09분


▼우리 교육풍토에서 완벽한 입시제도는 존재할 수 없는 모양이다. 수능시험이 너무 난해하게 출제되고 이에 대비하기 위한 고액과외가 기승을 부리자 수능시험을 쉽게 내야만 교육정상화를 꾀할 수 있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바로 한두해 전의 일이다. 이같은 의견을 수용한 것인지 몰라도 지난해 수능시험은 3백점 이상 고득점자가 11만명이나 나올 만큼 쉽게 출제됐다. 그러자 이번에는 공부 잘하는 학생을 가려내는 변별기능이 떨어진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우리 입시제도는 한가지 문제점을 해결하려다 또다른 부작용을 야기하는 식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해 왔다. 올해부터 수능시험에 선택과목제가 도입되자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선택과목제는 수능시험 과목을 크게 줄임으로써 학생들을 다소나마 입시부담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요즘 일선 학교에서는 이 제도의 영향으로 선택과목 수업이 파행 운영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수험생은 선택과목을 결정할 때 점수따기에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과목을 택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과목들이 과학에서는 화학이나 생물, 사회에서는 사회문화와 정치에 집중되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이 선택한 과목의 수업은 열심히 듣지만 선택과목이 아닐 경우 수업을 외면하고 다른 공부를 한다는 것이다. 이래서는 정상적인 학교수업을 기대할 수 없다.

▼해결 방법이 없지는 않다. 올 수능시험부터 도입되는 표준점수제를 활용해 과목간 난이도 차이에서 발생하는 불이익을 없애주면 특정과목 집중현상이 해소될 수 있다. 문제는 대학측이 표준점수제 적용을 꺼리는 점이다. 절차가 복잡하고 변별력도 믿지 못하겠다는 이유에서다. 무릇 제도란 형식보다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진리가 실감난다.

홍찬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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