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673)

  • 입력 1998년 3월 20일 21시 49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141〉

세번째 여자의 슬픈 사랑 이야기까지 모두 듣고 난 교주는 크게 감동하여 대신에게 말했다.

“여보게, 지금까지 들은 이야기들, 세 탁발승 이야기와 세 여자의 이야기들을 모두 연대기에 기록하여 서고에 간직하도록 하라.”

교주의 분부를 받들어 대신 자아파르는 사관들을 모아 지금까지 들은 이야기를 기록하게 했다. 한편 교주는 좌중을 돌아보며 말했다.

“형제, 자매들이여! 그대들의 기막힌 사연들은 나를 감동시켰다. 그대들이 나를 기쁘게 해 준 대가로 나는 그대들의 소원을 한 가지씩 들어주겠다. 무엇이든 소원이 있으면 말해보라.”

그러자 첫번째 탁발승이 말했다.

“인자하신 교주님, 저는 그 배은망덕한 대신에 의해 아버지를 잃고, 아버지의 왕국을 잃고, 그리고 백부님과 백부님의 왕국마저 잃고, 그리고 끝내는 한쪽 눈까지 잃어버린 자로서 달리 무슨 소원이 있겠습니까? 그 역적놈을 몰아내고 잃어버린 왕국을 되찾아 실추된 왕실의 명예를 다시 일으켜세우는 것만이 소원입니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제 어찌 조상의 위패 앞에 고개를 들 수나 있겠습니까?”

이 말을 들은 교주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했다.

“알았다. 내 옥좌의 권위에 두고 맹세커니와, 그대의 아버지와 백부님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해간 그 역적놈을 몰아내고 그대가 왕위를 되찾도록 그대를 도와줌으로써 세상에는 법과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이겠다.”

이어 두번째 탁발승은 말했다.

“충성된 자의 임금님, 저는 일찍이 학문과 문학을 공부할 욕심으로 인도로 떠났다가 온갖 죽을 고비를 넘긴 사람입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이렇게 목숨을 부지하게 된 데는 두 여자의 살신성인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는 지하에 유폐되어 있던 마신의 애인이고, 다른 하나는 원숭이로 변해 있는 저를 인간으로 돌려놓기 위해 마신과 싸우다가 죽은 공주였습니다. 저에게 소원이 있다면 이제 고국으로 돌아가 두 여자의 명복을 빌면서 학문에나 전념하고 싶습니다.”

듣고 있던 왕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것이 그대 소원이라면 그렇게 하도록 하라. 나는 그대가 고국으로 돌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도움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번째 탁발승도 소원을 말했다.

“인자하신 임금님, 저도 고국을 떠난 뒤 온갖 풍상을 겪었습니다. 자석산의 놋쇠 기사를 쓰러뜨리기도 했고, 운명의 손길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 아름다운 젊은이를 제 손으로 죽여야 했고, 쓸데없는 호기심을 참지 못해 마흔 명의 처녀들을 영영 잃어버리는 회한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그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고국으로 돌아가 부친의 뒤를 이어 나라를 다스리고 싶습니다.”

이 말을 들은 교주는 말했다.

“그렇게 하도록 하라. 그대에게도 나는 필요한 모든 것을 도와주겠다.”

이렇게 말한 교주는 이제 세 여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제 그대들 차례다. 무엇이든 소원이 있으면 말해보라.”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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