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의정부 판사들의 금품수수 비리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할 때 이순호(李順浩)변호사를 수사한 의정부지청 한 검사의 농반진반의 독백이었다.
판사와 판사출신 변호사들의 돈거래와 향응제공은 정으로 뭉친 선후배간의 ‘사생활’이라는 논리였다. 그들간의 ‘거래’는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지 사법 처리까지 할 범죄는 아니라는 뜻이기도 했다.
검찰은 ‘사법부라고 성역이 될 수 없다’는 국민의 비난에 떼밀리자 서울지검 특별수사본부까지 동원, 수사에 나섰지만 결과는 ‘역시’ 그렇게 나타나고 있다.
수사본부장인 정홍원(鄭烘原)서울지검 3차장은 우스갯소리로 “왜 하필 내가 이수사를 맡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자주 푸념했다.
이 사건을 대하는 검찰에서 전직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의 아들을 구속시킬 때 보여주었던 특유의 ‘기개(氣槪)’는 애당초 찾아볼 수 없었다. 23일 최종 수사결과 발표에 검찰의 자세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수백만원의 돈과 향응을 받은 판사들에게 포괄적 뇌물죄를 인정하고도 이들이 사표만 내면 사법처리를 하지 않겠다는 검찰의 태도는 국민에게는 ‘직무유기’로 비칠 수도 있다.
금품수수 판사를 법정에 세워야 한다는 일부 수사검사들의 소신이 묵살된 배경에는 학맥을 통한 로비가 작용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우리가 남이냐’라는 식의 ‘판검사’ 동류의식으로 인해 이번 수사가 마무리된 것은 아닌지. 이래저래 우울한 나날을 보내는 보통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한숨을 보태는 것은 아닌지.
신석호<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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