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무원의 고통분담

  • 입력 1998년 3월 23일 21시 00분


공무원도 국제통화기금(IMF)체제 극복을 위한 고통분담에 동참한다. 정부와 여당이 실업자 구제대책 재원 마련을 위해 올해 전 공무원 봉급을 20∼10% 삭감키로 한 것은 공무원들도 긴축과 내핍을 견디면서 고통을 함께 나누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비록 자발적인 봉급 삭감이 아니라는 점은 있지만 공직사회도 언제까지 위기극복의 아픔을 국민에게만 떠넘길 수 없는 일이다.

공무원에 대한 전면적인 봉급 삭감은 정부 수립 이래 처음 있는 일로 건전재정운용 차원보다 정치 사회적 의미가 더 크다. 공무원 봉급 삭감으로 약 1조2천억원의 재원이 조성되지만 이같은 움직임이 정부산하기관과 입법부 사법부에도 파급되면 국가적 차원의 위기극복 의지가 널리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같이 마련된 재원을 추경예산에 반영, 실직자 생계보험 확대뿐만 아니라 공공근로사업 농촌정착 직업훈련 중소기업고용정착사업 등에 지원할 경우 그로 인한 새로운 고용기회와 수요창출은 단순한 실업구제 차원의 효과를 뛰어넘는다. 세출예산 대폭 삭감의 압박도 덜어줄 수 있다.

올해 세출예산 삭감 규모는 무려 9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그래도 적자재정을 피하기 어렵다. 올해 세수(稅收)부족분이 추경예산안 확정 때 예상했던 6조8천억원이 아니라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교육투자 농어촌구조개선사업 사회간접자본 환경 보건복지 관련예산은 물론 방위비까지 삭감해야 하는 실정이다.

반면 중소기업육성 수출촉진 실업대책 분야의 예산증액은 불가피하다. 특히 실업관련 예산 4조6천억원은 당초 1백만명 정도의 실업자를 예상하고 계상한 것이다. 그러나 실업규모가 1백5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여 실업대책 예산을 늘려야 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봉급이 깎였을 때 공무원들의 고통이 어떠하리라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정부조직개편으로 가뜩이나 신분이 불안한데 봉급마저 깎여나갈 때의 사기저하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그렇지만 보너스 반납은 물론이고 기본급 삭감까지 흔쾌히 받아들이고 있는 근로자와 구조조정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기업들의 아픔을 생각한다면 공무원들도 기꺼이 고통분담에 동참해야 한다.

그동안 공무원사회만 국민적 고통분담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겠다던 정부조직개편은 용두사미가 되었다. 공무원 감축계획도 국민의 기대와는 동떨어진 것이었다. 공직사회의 군살빼기가 실패로 돌아갔다면 봉급만이라도 감축하는 데 동의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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