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공안검사의 퇴조

  • 입력 1998년 3월 28일 20시 28분


새 정부 출범후 한달여만에 마무리된 검찰인사의 특징중 하나는 ‘공안검사의 퇴조’다. 공안은 특별수사와 함께 검찰의 양대 기둥으로 불릴 만큼 중시되는 분야다. 이 때문에 대검 중앙수사부장과 공안부장에 누가 앉느냐가 검찰 진용의 성격을 파악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지난번 검사장급 인사에서 대검공안부장에 공안분야 무경험자를 발탁한 것부터 새 공안체제를 예고하는 것이었다.

▼검찰은 공안팀을 새로 짜면서 ‘신(新)공안’개념을 설정했다. 국가안보와 민주체제수호라는 전통적 임무 외에 인권보호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수사체제를 갖추겠다는 내용이다. 검사가 어떤 사건을 다루든 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새 개념이라고 특별히 포장한 것은 그동안 시국사범 등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사례가 많았음을 자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 국가가 인간을 위해 봉사하며….’ 87년 박종철(朴鍾哲)고문치사사건 담당검사였던 안상수(安商守)의원이 이 사건 수사과정을 정리한 저서 ‘이제야 마침표를 찍는다’에서 한 말이다. 그는 당시 비(非)공안검사였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공안검사는 정권수호의 앞잡이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충복(忠僕)이어야 한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강조한 대목이다.

▼한가지 걱정은 기존 공안검사가 많이 배제된 새 팀이 업무를 차질없이 수행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개혁’에 치우쳐 전문성을 경시하지 않았나 하는 우려도 있다. 지난날 공안검사들이 한 일을 모두 잘못한 것으로 몰아붙이는 분위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공안검사 경력이 ‘죄’가 될 수는 없다. 공안기능의 약화를 초래하지 않게 새 체제를 빨리 구축하는 것이 과제다.

육정수<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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