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기원도 체인점시대』…「노영하기원」 문열어

  • 입력 1998년 3월 29일 20시 04분


디즈니랜드가 동심(童心)의 천국이면 기원(棋院)은 ‘센 바둑’ 꿈을 키워내는 바둑 팬의 요람(搖籃)이다. 그렇지만 기원에 들어서기를 망설이는 이도 많다. ‘바둑〓노름’이라 생각했던 지난날 어두운 이미지 때문이다. 실제로 바둑 수담(手談)대신 포커나 화투 마작 등 엉뚱한 수담을 나누는 장소로 바뀐 기원도 상당수다.

‘밝고 참신한 분위기의 기원’에 대한 사회적인 요청에 프로기사 노영하(盧永夏)8단이 ‘프랜차이즈’형태로 부응하고 나섰다.

바둑 체인점은 기업 방식과는 약간 다르다. 노8단은 자본투자를 하거나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자신의 이름을 기원명칭으로 사용하고 얼굴 사진이 든 포스터와 노영하 바둑 비디오테이프를 제작원가에 체인점에 공급해주는 등 주로 ‘이미지 서비스’에 주력한다.

노8단은 지난해 하반기 10여년간 바둑비디오 제작관계로 알고 지내는 새한미디어 이형식사장(41)의 제의로 낯선 일을 시작했다.

“돈벌이에 나섰다는 오해를 받을까 봐 처음엔 무척 신경이 쓰였습니다.”

TV바둑해설과 바둑강좌테이프로 널리 알려진 그이기에 더욱 조심스러웠다. 전국에는 4천여개의 기원이 있다. 한 해 1천개 기원이 개업하지만 80%는 6개월 내에 문을 닫고 만다.

“운영이 어렵다 보니 잡기(雜技)를 끌어들이고,기원 분위기는 더 나빠지고 결국 바둑팬은 떠나가게 됩니다.”

기원이 두 얼굴을 갖게 된 것은 무엇보다 영세하기 때문이다. 하루 평균 1백명 이상 찾는 기원이 전국에 20여개에 지나지 않는다. 그럭저럭 운영을 하다 어려워지면 외도를 하고 문을 닫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그는 이같은 점 때문에 ‘노영하’란 이름이 들어가는 기원에서는 절대로 카드 화투 마작 등 도박을 용납하지 않을 생각이다. 현재 ‘노영하기원’이란 간판을 걸고 있는 한국 최초의 프랜차이즈 형식의 가맹점 기원은 서울에 두 곳, 인천에 한 곳 등 세 곳.

‘노영하기원’체인점 가맹비 3백만원을 내면 점포 개설에 관한 상담과 함께 포스터 명함 라이터 등 용품도 준다. 하루 평균 고객이 30명 미만일 때 로열티는 없고 30∼49명이면 월 10만원, 50명 이상일 때는 월 20만원이다.

개원 행사 때 노8단이 참석해 고객들과 지도 다면기를 두어준다. 고객들은 2회 방문에 31개 한 질의 비디오테이프를 한 개씩 받는다.

“건전한 기원 풍토와 참신한 바둑 문화가 자리잡도록 하는 데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합니다.”

기원계에 프랜차이즈란 ‘신수(新手)’를 들고 나온 노영하 8단의 소박한 바람이다.

〈조헌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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