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근무지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지역 여러나라에서는 성인 남자들이 대부분 수염을 기르고 다닌다. 이 지역에서 수염은 남성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수염관리를 제대로 못해 공무원이 면직당했다는 기사도 읽은 적이 있다. 예멘에서는 남성으로 행세하려면 수염 외에도 조그만 칼이나 총을 메고 다녀야 한다. 한자르라고 불리는 반월형의 이 단검은 예멘 남자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물건인데 허리춤에 차지않고 대부분 배의 한가운데에 차고 다닌다.
수염과 칼에 얽힌 사례를 보고 들으면서 나는 문화적 차이로 인해 사람들의 생각이나 행동양식이 얼마나 크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실감하였다. 최근 경제위기를 맞은 한국에 대한 기사가 이곳 현지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이 기사를 쓴 외국인 기자는 한국의 문화적 풍토에 대해 ‘호랑이는 자기 줄무늬를 바꾸기 싫어한다’며 다분히 외지인다운 분석을 시도했다. 그 기사의 내용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의 접근방법으로 한 공동체의 문화적 체질을 파악하려고 한 점에는 공감했다.
우리의 경제구조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것은 시스템의 문제뿐만 아니라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의 문제였을 것이다.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점은 오늘 나의 모습이며 우리 문화의 토양 위에 선 우리 전체의 모습일 것이다. 수염이 없으면 무역 협상도 하지 않는 일부 중동 사람들처럼 한국인들 역시 정해진 회로같은 우리 문화만 고집하려 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볼 일이다.
공동체의 문화는 당연히 보존돼야 하지만 그것이 갖는 배타성이나 획일성을 극복하려는 노력도 계속돼야 한다.
김명구(지다 무역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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