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명재/외국자본의 두 얼굴

  • 입력 1998년 3월 31일 19시 53분


외국자본을 끌어들이려는 투자 설명회가 매일같이 열리고 있다. 이런 자리에서는 한결같이 외국투자가를 향한 구애(求愛)가 벌어진다.

외국인들 사이에선 아직도 “한국은 사업하기가 힘들다”는 불평이 많지만 이들을 대하는 분위기가 확 바뀐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IMF 직후 수입품 배격 운동을 벌이던 배타적 분위기와는 1백80도 달라졌다. 어디서든 “외국자본은 한국경제를 구할 구세주”라는 ‘예찬론’일색이다.

외국자본 유치론을 보는 시각이 어제와 오늘 이렇게 달라진 것을 어떻게 봐야할까.

냉정하게 보면 외국자본은 ‘악마’도 아니지만 ‘천사’도 아니다. 그저 이익을 찾아 움직이는 자본에 불과하다.따라서 국제기준보다 뒤떨어진 투자조건을 개선하는 것은 좋지만 그들의 요구를 여과없이 받아들이려는 분위기는 마땅히 경계해야 한다.

어떤 외국자본인지도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이익을 챙기면 잽싸게 빠지는 ‘히트 앤드 런’을 구사하는 외국투자가들이 득실댄다. 주식시장을 투기장으로 만드는 이런 핫머니들이 우리 경제의 ‘천사’가 될 수는 없다.

흔히들 멕시코를 IMF의 성공적사례로 이야기하지만 멕시코 경제에 대해서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많은 학자들은 “멕시코가 결코 우리의 모범답안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멕시코는 외국자본을 대거 들여오는 방식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질 실업률이 30%에 이르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

멕시코에서도 “경제 전체가 미국 금융자본의 손아귀에 들어가 버린 것은 심각한 사태”라면서 “제2, 제3의 IMF를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팽배하다.

멕시코 사례가 외국자본의 명암(明暗)을 동시에 봐야 한다는 교훈을 던져준다는 점에서 IMF시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명재<정보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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