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차별이란 말이 있다.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조치가 또 다른 차별을 초래하고 마는 경우를 일컫는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워낙 차별이 심했으니 호남인사를 좀 대접하고 우대해야 그나마 균형이 잡힌다고 한다. 부분적으로 옳은 말이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치거나 단시간 내에 그러한 방식으로 균형을 유지하려 든다면 무리가 따른다.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는 TK PK시대를 살아왔는데 다시 KJ(광주 전남)시대라는 말이 들려서야 되겠는가. 적어도 새정부가 지역에 기초한 속좁은 정부가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최근까지 새정부의 인사 결과를 놓고 보면 국민회의와 자민련 두 정당이 많은 자리를 서로 나누어 차지하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벌써 청와대 비서관 및 장관 임명과 관련해 말썽도 빚어졌다. 지난 대통령 선거전에서 우려했던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 재현되어서는 정말 곤란하다.
근본적으로는 모든 주요 관직 임명에 인사 청문 제도나 그에 준하는 절차를 도입하여 어느 지역의 사람이든 제대로 국민적인 검증을 받게 해야 한다. 그것이 새시대에 우리가 요구하는 바이다. 인사 제도가 정해진 자리의 수를 채워가는 형식이어서는 안된다. 제대로 검증의 절차만 거친다면 한 지역의 인사가 다수의 자리를 차지해도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차병직<변호사·참여연대협동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