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차병직/새정부 인사 호남인맥 중용 반대

  • 입력 1998년 4월 1일 07시 39분


그동안 호남출신 인사들이 그 실력과 자질에도 불구하고 각종 인사에서 차별을 받아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많은 통계자료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제 새정부가 들어섰다. 새정부는 호남출신의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다. 그럼에도 ‘호남정부’라고 부르기를 꺼리는 것은 종전까지 불렸던 ‘영남정부’에 대응하여 지역감정과 차별을 유발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21세기를 맞이하는 정부는 그러한 고질적인 폐습과 해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모두의 생각이다. 그러나 새정부의 요직은 어느덧 호남출신으로 가득 메워지고 있다. 대법원장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경찰총장 육참총장….

역차별이란 말이 있다.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조치가 또 다른 차별을 초래하고 마는 경우를 일컫는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워낙 차별이 심했으니 호남인사를 좀 대접하고 우대해야 그나마 균형이 잡힌다고 한다. 부분적으로 옳은 말이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치거나 단시간 내에 그러한 방식으로 균형을 유지하려 든다면 무리가 따른다.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는 TK PK시대를 살아왔는데 다시 KJ(광주 전남)시대라는 말이 들려서야 되겠는가. 적어도 새정부가 지역에 기초한 속좁은 정부가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최근까지 새정부의 인사 결과를 놓고 보면 국민회의와 자민련 두 정당이 많은 자리를 서로 나누어 차지하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벌써 청와대 비서관 및 장관 임명과 관련해 말썽도 빚어졌다. 지난 대통령 선거전에서 우려했던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 재현되어서는 정말 곤란하다.

근본적으로는 모든 주요 관직 임명에 인사 청문 제도나 그에 준하는 절차를 도입하여 어느 지역의 사람이든 제대로 국민적인 검증을 받게 해야 한다. 그것이 새시대에 우리가 요구하는 바이다. 인사 제도가 정해진 자리의 수를 채워가는 형식이어서는 안된다. 제대로 검증의 절차만 거친다면 한 지역의 인사가 다수의 자리를 차지해도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차병직<변호사·참여연대협동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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