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683)

  • 입력 1998년 4월 1일 08시 35분


제11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8〉

카심이 찾아갔을 때 알리바바는 막 황금을 모두 땅 속에 숨기고 손에는 아직 곡괭이를 들고 있던 참이었다. 카심은 그러한 동생에게는 인사도 하지 않고 느닷없이 들이닥치며 말했다.

“너는 대체 언제까지나 이 형한테 시치미를 뗄 작정이냐? 사람들 앞에서는 온갖 거지노릇을 하면서 제 집에서는 곡물상이 곡물을 되듯 말로 금화를 되고 있다는 걸 내가 모를 줄 아느냐?”

이 말을 들은 알리바바는 몹시 당황하여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욕심 많고 성미 고약한 형과 형수가 낌새를 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는 잔뜩 겁을 먹고 있는 자신의 아내 쪽을 돌아보며 물었다.

“혹시 당신이 형님 내외분께 무슨 엉뚱한 말이라도 한 거요?”

그러자 알리바바의 아내는 단호히 말했다.

“알라께 맹세코, 그런 일은 없었어요. 저는 다만 말을 빌려왔다가 돌려드렸을 뿐이에요.”

두 사람이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카심은 입을 이죽거리며 말했다.

“날 속이려 들다니, 세상 사람을 다 속여도 날 속이지는 못한다.”

그러자 알리바바는 카심에게 말했다.

“형님, 대체 뭣 때문에 그토록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군요. 차라리 솔직히 말씀해 주신다면 저는 결코 숨기는 일 없이 모두 설명드리겠습니다. 형님께서는 벌써 몇 년째 저와의 혈연관계를 잊으시고 저나 저희 아이들을 외면해 왔습니다. 그렇지만 형님께서 털어놓고 말씀만 해주신다면 뭐든 대답해드리겠습니다.”

그러자 카심은 되받아 말했다.

“내가 혈연관계를 잊었다고? 혈연관계를 잊은 놈은 바로 너야! 하나밖에 없는 이 형 앞에서 거짓말을 하려 드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 아니냐? 그러나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이젠 제발 나한테만은 시치미를 떼려 들지 말아라. 나는 다 알고 왔단 말야.”

이렇게 말한 카심은 쇠기름이 묻어 있는 디나르 금화 한 닢을 내어보이며 소리쳤다.

“자, 바른대로 말해라. 이런 금화를 도대체 몇 말이나 가지고 있어?”

형이 이렇게 다그치자 동생은 미처 대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카심은 알리바바의 아내가 숯으로 벽면에다 그어놓은 금을 발견하고는 말했다.

“이건 말로 곡식을 될 때 그 숫자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해놓은 표시렷다. 야, 이 사기꾼아! 이 많은 금화를 도대체 어디서 훔쳐왔느냐?”

일이 이렇게 되자 알리바바는 더욱 난처한 표정이 되어 말했다.

“형님,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그리고 그 디나르 금화가 대체 어쨌다는 겁니까?”

그러자 카심은 알리바바가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내가 이만큼 말했는데도 딴청을 떨어?”

이렇게 말한 카심은 자신의 아내가 알리바바의 아내에게 말을 빌려줄 때 말 밑바닥에 쇠기름을 발라두었다는 것과 그 쇠기름에 금화가 붙어 있었다는 사실에 대하여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알리바바는 이제 더 이상 형을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하여 그는 숲 속에서 그가 겪은 일을 숨김 없이 털어놓았다. 다만 한가지 마법의 주문에 대해서만은 말하지 않았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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