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 오늘 부회장에 선출됐어.” “그래, 축하해. 선생님께서 지명하신거냐, 아니면 투표로 선출된거냐?” “투표로 선출됐어.” “그래, 이제 3학년이니까 더 침착하게 학교생활에 임해야 돼.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알았어. 그런데 엄마한테 얘기하지마. 아빠한테 전화한 거 모르니까. 그리고 일찍 와.”
내 귀여운 딸. 이제 막 초등학교 3학년을 맞았구나. 엄마 아빠의 직장문제로 유아시절 외가에서 자라다 몇년전부터 같이 살았지. 기억하니. 저녁마다 네가 외할머니를 찾으며 눈물을 글썽거리곤 했던 걸.
그런 꼬맹이를 보면서 가슴아파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새학년을 맞아 간부로 뽑혔다고 아빠에게 전화로 통보할 줄도 알고…. 네가 대견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 유아기의 참담한 봄날이 지금의 봄날과 포개져 묘한 감정도 드는구나.
시나브로 예쁜 모습으로 새록새록 커가는 너의 천진무구함을 보며 엄마 아빠가 주말에나 너를 찾던, 보고싶어 안타까워 했던 지난 기억은 조금씩 조금씩 사라져 간다.나의 귀여운 딸 희정아. 바라건대 평범의 진리를 믿으며 항상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 간직하면서 생활의 즐거움은 자신을 잃지 않는 용기와 침착함에서 솟아난다는 것을 스스로 체득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건강하고 총명하고 착하고 예쁘게 무럭무럭 자라서 꼭 이 사회의 평범한 구성원속에서 자신에게 충실하고 남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모습으로 자리해 주기 바란다.
황규환(경기 안산시 선부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