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회사와 가정을 위해 힘썼는데 정년퇴임을 겨우 2년 남기고 외국으로 발령이 나서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어요. 갑작스러운 아빠의 일본행 결심으로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요.
물론 아빠가 나쁜 곳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가는 것도 아닌데 저는 자꾸만 아빠를 붙잡고 싶어요. 아무리 더 좋은 조건이라도 2년간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잖아요. 18년간 한번도 아빠와 떨어져 지낸 경험이 없는 저로서는 2년이란 세월이 금방 지나갈까, 견뎌낼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아요.
엄마랑 나이차가 10년이나 나고 자연 저와의 나이차도 다른 집의 경우보다 훨씬 많아서인지 고2년생이나 된 큰딸을 아직도 어리게만 보고 어린아이 돌보듯 꼼꼼히 챙겨 주시는 아빠. 하지만 18년간의 시간을 되돌아보니 아빠에게 잘해 드린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고 다리를 주물러 달라고 하실 때도 하는 체하다 그만두고 뭐라 꾸중하시면 열마디 대꾸로 신경질내는 딸…. 속에 있는 말도 잘 안해서 답답하고 서운하셨죠.
하지만 아빠. 하나는 아빠를 너무 사랑하고 존경해요. 아직 그 표현방법을 모를 뿐입니다. 공부하거나 친구랑 어울리다가 때로 나쁜 마음을 먹다가도 다시 제자신을 추스르게 하는 건 오직 아빠가 있기 때문이에요.
걱정마세요 아빠. 열심히 공부하고 엄마도 잘 도울게요. 큰딸 믿으시죠? 추운 겨울이 지나야 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듯 2년뒤 우리의 만남도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건강하세요.
이하나(서울 구로구 구로1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