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3사는 최근 경쟁사에 뒤질세라 그동안 감히 못건드렸던 성역과 자신들의 일그러진 과거 자화상을 잇달아 깨뜨리고 또 털어놓고 있다.
MBC ‘시사매거진 2580’(밤9·40). 방송의 현주소를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나 다름없는 대표적 시사고발 프로의 하나다.
12일에는 지난 2월 국회에서 변호사 세무사 등 전문직 종사자에게 10%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하자는 개정안이 보류되기까지의 전말을 다룬 ‘우리만의 기득권’을 방영했다.
왜, 어떻게 보류됐을까. 대다수의 궁금증이다.
카메라는 얄밉도록 꼼꼼하게 그 과정을 추적했다. 이해 당사자뿐만 아니라 당시 결정권을 가졌던 재경위 산하 소위원회의 속사정을 버선을 뒤집듯 적나라하게 노출시켰다. 이 과정에서 개정안이 ‘가까스로’ 보류되는 과정이 드러났고 시청자들은 시사다큐의 힘과 필요성을 공감했다.
그러나 꼼꼼한 취재의 당위성은 인정하면서도 뒤늦은 감이 있어 시기를 놓쳤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프로의 강점은 다양한 메뉴를 동시에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헬기를 이용하고 다리품을 팔아 우리 야생화를 소개한 아이템도 국제통화기금(IMF)여파에 허덕이는 요즘 안방의 분위기를 신선하게 바꿔준 수작이었다.
한편 이 프로는 끝부분에 지난 5일 방영된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에 관한 보도와 관련, ‘…본의 아니게 영향을 미쳐 유감의 뜻을 전한다’는 내용의 자막을 방영했다. ‘성역은 없다’고 입버릇처럼 주장해온 MBC에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새로운 유형의 자기고백이 출현한 셈이다.
〈김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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