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차웅/온정손길 필요한 노숙자대책

  • 입력 1998년 4월 14일 19시 40분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이후 역대합실이나 지하철역 지하도 등지에서 새우잠을 자는 노숙자들이 전국적으로 급증,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IMF체제 이전 서울에 5백명선이었던 노숙자가 2천명에 육박하고 있다는 보도다. 새로 노숙자 대열에 끼여든 사람들은 거의 정리해고 등으로 실직한 사람들이다. 개중에는 중소기업을 하다가 부도를 낸 ‘사장’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대부분 실직의 수치심에서 또는 일거리를 찾아서 집을 나왔다. 실직에 따른 가정파탄으로 또는 부도를 내고 빚쟁이의 등쌀에 밀려 집을 나온 사람도 많다. 가슴아픈 일이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이들보다 더 딱한 것이 그들의 아내와 아이들이다. 집나간 남편, 집나간 아버지를 생각하며 그들도 매일밤 잠 못이루고 있을 것이다.

▼노숙자문제의 심각성은 당사자의 불행에만 그치지 않고 결국은 가정붕괴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우리 사회를 이루는 기본토대인 가정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거리를 떠도는 가장(家長)이 많아질수록 풍비박산난 가정이 그만큼 늘어나고 고아가 양산된다. 노숙자들과 그들의 가족은 국가경영을 잘못해서 생겨난 인재(人災)의 피해자들이다. 그들을 보호할 책무가 정부에 있다.

▼서울시가 지하철역 지하도 등지에서의 노숙행위를 다음달부터 단속하겠다고 나섰다. 합숙소에 수용한다고는 하지만 요컨대 노숙자들을 ‘강제격리’시키겠다는 것이다. 노숙자문제는 수용이나 구호보다는 그들을 일상생활에 복귀시키는 ‘재활’이 더 중요하다. 그것을 위해서는 따뜻한 관심과 배려, 그리고 기술교육과 취업알선 프로그램이 꼭 필요하다. 그런데도 서울시의 노숙자대책이 ‘재활’보다는 ‘격리’에 더 중점을 둔 것으로 보여 씁쓸하다.

김차웅<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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