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대부분 실직의 수치심에서 또는 일거리를 찾아서 집을 나왔다. 실직에 따른 가정파탄으로 또는 부도를 내고 빚쟁이의 등쌀에 밀려 집을 나온 사람도 많다. 가슴아픈 일이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이들보다 더 딱한 것이 그들의 아내와 아이들이다. 집나간 남편, 집나간 아버지를 생각하며 그들도 매일밤 잠 못이루고 있을 것이다.
▼노숙자문제의 심각성은 당사자의 불행에만 그치지 않고 결국은 가정붕괴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우리 사회를 이루는 기본토대인 가정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거리를 떠도는 가장(家長)이 많아질수록 풍비박산난 가정이 그만큼 늘어나고 고아가 양산된다. 노숙자들과 그들의 가족은 국가경영을 잘못해서 생겨난 인재(人災)의 피해자들이다. 그들을 보호할 책무가 정부에 있다.
▼서울시가 지하철역 지하도 등지에서의 노숙행위를 다음달부터 단속하겠다고 나섰다. 합숙소에 수용한다고는 하지만 요컨대 노숙자들을 ‘강제격리’시키겠다는 것이다. 노숙자문제는 수용이나 구호보다는 그들을 일상생활에 복귀시키는 ‘재활’이 더 중요하다. 그것을 위해서는 따뜻한 관심과 배려, 그리고 기술교육과 취업알선 프로그램이 꼭 필요하다. 그런데도 서울시의 노숙자대책이 ‘재활’보다는 ‘격리’에 더 중점을 둔 것으로 보여 씁쓸하다.
김차웅<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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