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온국민을 깊은 슬픔에 잠기게 했던 박초롱초롱빛나리양(당시 8세) 유괴살인사건을 7개월째 담당하고 있는 서울지검 강신엽(姜信燁)검사.
그는 분노하고 있었다.
14일 오후 나리양 유괴범 전현주(全賢珠·29)피고인의 결심공판이 열린 서울지법 311호 법정.
전피고인은 검찰에서 단독범행임을 자백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기소된 뒤부터는 “성폭행범의 협박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고 나리를 살해한 건 성폭행범들”이라고 진술을 번복했다.
강검사는 논고문을 통해 전피고인이 범행 일체를 털어놓은 지난해 9월24일을 회상하듯 언급했다.
“전피고인은 그 날 ‘나리가 꿈에 나타나 자꾸 내 목을 조른다. 너무 괴롭고 힘들어 더이상 거짓말을 할 수 없다. 내가 나리를 죽였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는 전피고인이 그 다음날에는 “어젯밤에는 나리와 내가 탈을 쓰고 신나게 노는 꿈을 꿨다. 나리가 이젠 날 용서한 것 같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강검사는 “‘사형선고가 내려지면 진심으로 참회하며 나리 곁으로 떠나는 내 모습을 지켜봐달라’던 피고인이 어떻게 이처럼 뻔뻔스러울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질책했다. 강검사는 이날 전피고인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약취유인 살인죄를 적용, 사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피고인석의 전피고인은 고개를 조금 숙인 채 아무 미동이 없었다. 전피고인은 최후 진술에서 “나리양 부모께 용서를 빕니다. 그러나 저는 결코 나리를 죽이지 않았습니다”며 눈물을 떨궜다.
하늘나라의 샛별이 된 나리양은 모든 진실을 알고 있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부형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