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미국은행들은 외형보다 전문화에 치중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90년대 중반에 시작된 기업간 인수합병으로 규모의 경제 효과가 확인되자 금융계도 뒤늦게 합병의 열풍에 합류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은행들이 합병을 통해 노리는 것은 총자산증가와 영업지역확대라는 가시적 효과보다 취급 업무의 다양화와 지점감축을 통한 군살빼기에 있다.
▼일본과 유럽계 은행에 밀려 세계 10위권 밖에 머물던 미국 은행들의 몸불리기 경쟁은 전세계 금융기관에 일대 긴장감을 안겨 주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경쟁력면에서 선두를 달리던 미국은행들이 발군의 시스템에 덧붙여 규모의 경제까지 확보한 이상 상대하기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일본과 유럽에서 은행들간 통폐합이 예고되고 있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세계 금융계는 바야흐로 ‘메가 머저’ 폭풍전야와 같은 모습이다.
▼우리 금융계도 이 태풍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정치적 요구에 의해 소형 은행들이 무더기로 탄생하고 지점개설 경쟁과 엄청난 규모의 부실채권 멍에로 체질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것이 우리 금융계의 현실이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존립의 능력조차 의심받고 있는 은행들도 수두룩하다. 메가 머저에 대한 우리 은행들의 대처가 주목된다.
〈이규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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