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 진/벤처中企 울린 도로공사

  • 입력 1998년 5월 1일 21시 00분


한국도로공사가 진행중인 고속도로 무정차 통행료징수시스템(NTCS)의 사업자 선정과정에 잡음이 들려오고 있다.

NTCS는 총 사업비가 3천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큰 프로젝트. 그래서 사업참여 희망업체들은 치열한 수주경쟁을 벌여왔다.

도로공사는 NTCS의 본격 도입에 앞서 19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시험사업의 참여업체 선정작업을 하고 있다. 1차 서류(제안서) 심사에서 8개 업체가 경합해 5개사가 통과하고 3개사는 탈락했다. 1차 합격업체 중 1개사가 최종적으로 사업에 참여한다.

그런데 1차 통과업체는 대부분 대기업이고 탈락업체는 벤처형 중소기업.

문제는 초반에 탈락한 일부 업체의 기술력이 합격한 업체보다 높은 것으로 지적되면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탈락 업체들의 일방적 주장이라면 무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해 실시한 예비시험운영의 차량감지부문에서는 탈락한 두 업체가 1,2위를 차지했다. 이는 도공측의 내부평가서를 한 업체가 입수, 공개함에 따라 밝혀졌다. 도공의 실무자도 두 회사의 기술력이 앞선다고 실토했다.

더구나 합격한 어느 대기업은 탈락한 중소기업에 기술을 팔라고 여러차례 종용한 사실도 밝혀졌다. 기술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채 제안서를 그럴 듯하게 꾸며 일단 합격해 놓고 남의 기술을 빌려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하려는 태도가 드러난 셈이다.

이 때문에 도공의 서류 평가기준이 대기업에 유리하게 마련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이라면 막대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기술개발에 매진해온 중소기업의 의욕을 무참하게 꺾는 일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소리는 높아졌다. 그러나 현장에서 종전의 관행과 기준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이들이 설 자리는 없을 것 같다.

이진<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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