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규제 확 푼 對北투자

  • 입력 1998년 5월 1일 21시 00분


정부가 기업의 대북(對北)투자 규제를 사실상 완전 철폐했다. 누구든 액수에 제한받지 않고 남북당국간 대화여부와 상관없이 자율적 기업경영 판단에 따라 북한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북한의 군사력증강에 전용될 수 있는 방위산업 분야는 물론 예외다. 정부가 대북정책의 큰 틀로 정한 정경분리(政經分離)원칙을 실천한다는 점에서 당연하지만 획기적 조치로 평가된다. 기업인이 환영할 것은 물론이다. 안보전문가들도 정부가 정한 원칙을 정책에 반영하는 것으로 일단 보고 있다.

대기업총수와 경제단체장의 방북허용과 함께 한차례 승인으로 여러 차례 왕래할 수 있는 수시방북제를 모든 기업인에게 확대한 것은 남북관계에 대한 자신감의 표시로 해석된다. 3백만달러 이하 투자시 협력사업자와 협력사업을 동시에 승인하기로 하고 북한주민 접촉허가의 유효기간을 현행 1년에서 3년으로 확대해 중소기업 대북투자의 길도 넓혔다.

이같은 대북투자 전면허용과 교역활성화 조치가 남북관계의 변화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것이 국내외 여론이다. 그러나 성급한 예단은 금물이다. 남북관계에는 북한이라는 상대가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최근 대북정책의 원칙 두가지를 명백히 했다. 첫째, 민간차원의 대북경협에 정경분리원칙을 적용하며 둘째, 정부가 국민세금인 예산을 쓸 때는 상호주의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이제 공을 넘겨받은 북한측은 남한기업인들이 의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해야 한다. 기업인들의 방북과 물자수송이 제삼국을 경유하지 않고 한반도내에서 육상 해상 항공편으로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은 아직까지 남한기업의 지사설치를 허가하지 않고 있다. 지사가 없이는 현실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없다. 북한당국은 경제특구로 지정한 나진 선봉에서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오래 전에 신청한 지사 설치를 허가하지 않았다.

남북간 투자보장협정도 선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기업도 큰 액수를 선뜻 북한에 투자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위탁가공사업의 경우 남한 기술자들이 상품의 품질유지를 위해 북한노동자와 접촉하는 것까지 북한당국이 통제한다면 기업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 남한 기업인과 기술자들의 신변안전보장협정도 체결돼야 한다.

정부의 남북경협활성화 조치는 북한측이 이런 정도로 최소한의 상응노력을 보여야 결실을 볼 수 있다. 대북투자 환경이 갖추어지면 우리 기업인들은 질서있는 경쟁 속에 남북교류협력의 선도역을 맡을 수 있을 것이다. 기업간 과열경쟁으로 북한측에 역이용당하는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민간기업 차원의 자율규제기구 같은 것을 만드는 문제도 차제에 적극 검토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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