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임연철/남북어린이 합동공연

  • 입력 1998년 5월 3일 19시 32분


평양 중심가에서 서쪽을 향해 승용차로 20여분 달리면 시원스레 뚫린 광복거리가 나온다. 그 끝에 북한이 자랑하는 만경대(萬景臺) 학생소년궁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북한의 천재 소년 소녀를 모두 불러모은 듯 궁전 안의 어린이들은 하나같이 연주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린다. 어린이들은 궁전내 극장에서 내방객들에게 갖가지 재능을 보여주며 북한의 어린이는 ‘어버이 수령님 품안에서 행복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2,3년 전부터 북한의 기근 소식과 함께 세계식량계획 간부가 전하는 굶주린 북한 어린이들의 사진을 보노라면 지금도 ‘행복하다’고 말하고 있을지 궁금해 진다. 북한에 인접한 중국마을로 탈출해 구걸하는 가출 소년 소녀 ‘꽃제비’들의 참상을 보면 더욱 그같은 의문이 생긴다. 꽃제비는 극단적 사례겠지만 북한 어린이들의 실상을 어느 정도 짐작하게 해준다.

▼76회 어린이날을 앞두고 평양을 방문중인 리틀엔젤스예술단이 4,5일 봉화예술극장과 7일 학생소년궁전에서 공연을 갖는다. 특히 5일 공연은 학생소년궁전예술단과의 합동공연으로 분단 후 최초로 남북 어린이가 한 무대에 서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잘 알려진 것처럼 리틀엔젤스는 우리의 민요와 춤공연으로 세계인을 감탄시킨 바 있어 북한 어린이들에게도 큰 감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뜻깊은 남북 어린이들의 공연 소식을 접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안타까운 심정이 남는다. 꽃제비처럼 불우한 북한의 어린이들도 학생소년궁전의 어린이들처럼 리틀엔젤스의 공연을 즐길 수 있을 때 진정한 어린이날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린이헌장이 아니더라도 어린이는 누구나 귀(貴)히 여겨져야 한다. 통일된 조국에서 발랄하게 함께 뛰놀고 재잘거리는 남북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임연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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