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은 구여권이나 야당 인사들을, 야당은 여권의 공천탈락자를 상당수 영입해 선거에 내보내려 하고 있다. 정당의 정체성(正體性)이 몹시 혼란스러운 선거가 될 조짐이다. 게다가 적잖은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장후보 당내경선에서 금품수수와 향응제공 시비가 나오고 있다. 일부 출마예정자들은 거의 노골적으로 사전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이런 양상은 갈수록 심해질 것이 뻔하다. 지역정서를 자극하는 언동과 흑색선전도 기승을 부릴 것이다. 선관위 등 관계당국과 유권자들은 처음부터 바짝 긴장하고 경계해야 한다.
이번 선거가 혼탁해지면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의 조기극복에 심대한 차질이 빚어지고 ‘돈 덜드는 선거’를 통한 정치개혁도 물건너가기 쉽다. IMF체제가 아니더라도 역대 선거는 통화량 증가와 거품소비를 유발해 ‘선거 망국론(亡國論)’까지 낳았다. 하물며 지금같은 경제난국에 선거가 흥청망청 치러진다면 경제는 결딴나고 정치는 불신의 수렁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이것은 선거승부보다 훨씬 중대한 문제다. 우리가 승패보다 공명성을 일관되게 강조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검찰은 당내 후보경선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는지를 내사하는 모양이다. 샅샅이 조사해 엄중하게 처리해야 한다. 특히 선관위는 사전선거운동 과정에서부터 선거비용을 모두 점검, 합산해 선거기간뿐만 아니라 선거 이후에도 고발하는 ‘이중 고발’을 추진한다고 한다. 당연한 일이다. 선관위나 검찰의 방침이 엄포로 끝나서는 안된다.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정치권의 의식이 이제는 깨져야 한다.
선거과열의 최대원인은 중앙당의 지나친 개입에 있다. 중앙당은 선거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치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는 지방선거일 뿐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옳다. 무엇보다도 집권자의 의지가 공명선거 여부를 가장 크게 좌우한다. 대통령이 공명의지를 확고히 하면 선거가 깨끗해지고 대통령이 승부에 집착하면 선거에 무리가 따르게 마련이다. 95년 6·27 지방선거가 비교적 공명했던 것도, 96년 4·11 총선거가 혼탁했던 것도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자세 때문이었다는 김대중대통령의 야당시절 발언을 많은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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