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으로 보는 세상]전자업계 생산-사무직 「벽」허물기

  • 입력 1998년 5월 4일 19시 30분


전자레인지 등을 생산하는 LG전자 창원공장 조리기기 라인은 요즘 점심시간에도 멈추지 않는다. 생산직 사원이 식사하는 동안 사무직 관리자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라인에 투입되기 때문. 정오부터 오후1시까지 한 시간 동안 과장 차장 부장 등 관리자들이 2개조로 나뉘어 30분씩 생산에 참여한다.

이 라인의 이름은 ‘위기극복 라인’. 생산직과 사무직이 힘을 합쳐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를 이기자는 뜻이다.

현장 투입 한달째, 어설프기만 하던 손놀림이 요즘은 많이 익숙해졌다. 지난달 7일부터 참여한 조헌석과장은 “점심시간 동안 가동률이 생산직 근로자가 투입됐을 때의 90% 수준에 이른다”고 자랑.

회사측은 “관리직이 직접 라인을 가동하는 것을 보고 현장 사원들은 위기의식을 실감하게 되며 관리자들은 현장 사원들의 고충과 작업상 어려운 점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가동시간이 늘어난 만큼 생산량도 늘어 ‘일석삼조’.

전자레인지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수원공장도 3월 한달 동안 비생산직 근로자들이 직접 생산에 참여하는 ‘간접부서 현장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마케팅 수출 설계직 등 비생산직 사원들이 직접 조립 라인에 투입된 것.

전자레인지의 경우 2월부터 수출 물량이 갑자기 늘어 부족해진 일손을 메우기 위해서다. ‘넥타이부대’의 참여로 2월 28만대이던 생산량이 3월에는 31만대로 늘었다.

〈홍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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