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발생한 서울 지하철 7호선 침수사고에 대한 서울시의 원인 분석과 사고대책을 들으면서 생각난 말이다.
지하철 침수는 집중호우로 불어난 중랑천 물이 허술하게 쌓아놓은 물막이용 제방을 허물고 공사중인 6,7호선 환승역으로 흘러들어 일어난 사고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5월은 전통적으로 봄가뭄이 드는 시기여서 6월 장마가 시작되기 전까지 공사를 마치기로 하고 임시제방을 쌓았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엘니뇨로 인한 갑작스러운 비가 아니었다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글로벌’한 설명이다.
사고 원인에 대한 분석은 이렇듯 ‘글로벌’하다고 치더라도 사고 전후 보여준 대응은 맨주먹식이다. 엘니뇨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라 4월에 한여름 배꼽티를 꺼내입게 할 정도로 이미 사람들의 일상을 지배해왔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올해도 예년처럼 풍수해 대비와 수방안전점검 등을 5월중으로 미뤄놓았다. 지하철 침수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중랑천 임시제방도 ‘5월은 건기(乾期)’라는 전통적 기후해석에 따른 결과다. 또 대단찮은 강수량에도 힘없이 무너질 정도로 설계하고 시공하고 감리했던 것이다.
사고후 일사불란한 복구체계 없이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마찬가지다. 관계기관 사이에 책임공방만 있을뿐 업무협조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피해액이나 동원장비 숫자도 기관마다 다르다. 지시하는 사람만 있고 일하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애써 구해놓은 양수기가 물을 뽑아내지 못하고 놀고 있다.
엘니뇨로 인한 재앙은 서울시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 풀어야 할 ‘고도의 과제’다. 결코 되풀이돼서는 안될 과실에 대한 ‘하늘의 면죄부’가 아니다.
이진영<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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