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아 괜찮여…이 일을 어쩐댜…세상에 내가 미친년이지…내가 잘못했어 짱아….
그날 저녁 식구들이 모인 저녁식사에서 내가 그 이야기를 엄마에게 재잘거리지 못했던 것은 언니가 지레짐작하는 바대로, 내가 어린 나이에도 자기를 생각해주는 기특한 마음 때문은 아니었다. 그날 저녁 언니와 오빠 그리고 봉순이 언니까지 식구수대로 밥을 푸고 어머니는 저녁 생각이 없다시며 나를 들추어 업어버렸던 것이다. 나는 아마 낮에 겪었던 일들 때문에 몹시 피곤했었는지 밥을 달라는 말도 잊고 엄마 등에 묻혀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깨어보니 모래네 이모댁이었다. 엄마보다 손 아래인 이모의 얼굴이 보였고 어머니가 막 숟가락을 놓고 계셨다.
―짱아도 밥먹자. 어여.
이모는 내게 숟가락을 쥐어주고는 전구에 끼워 깁던 이모부의 양말을 다시 집어들었다.
―그래 봉순이 그 철없는 것이 솥이 텅텅 빈 것도 모르고, 언니가 먹을 밥까지 다 먹었단 말이야?
―어떻게 하니? 그 나이에 저도 배가 고프니까 모른 하는 거겠지. 저번 주인 집에서 그렇게 애를 굶겨놔서 걘 밥이 하늘이야. 밥 푸면서 밥알 하나 흘리기라도 하면 얼마나 내 눈치를 보는지. 내가 그러지 말라고 일러도 그게 안돼. 사실 내가 걔를 열살 때부터 데리고 있었으니 딸이나 마찬가지지.
그건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봉순이 언니는 내가 태어나는 것도 보았다고 했다. 난산의 고통이 오래 가는 엄마를 위해 모셔온 의사가 부르기에 방으로 들어가 보니 사과처럼 새빨간 얼굴을 한 아기가 있었는데 그게 나라고 했었다. 엄청난 난산 끝에 어머니가 나를 낳고 사흘만에 위경련으로 쓰러졌을 때 버스로 다섯 정거장이나 되는 길을 뛰어가서 의사를 불러온 것도 언니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나는 내가 있기 이전에도 다른 사람들은 살아서 도망치고 쓰러지고 배고프고 했다는 걸 처음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세상에 그 집도 그렇지. 교회 집사라는 사람들이 집도 멀쩡하게 살면서 애를 굶겨? 참 있는 사람들이 더 무섭다니까. 지난번에 언니가 그 집에 세들어 살 때도 얼마나 못되게 굴었수.
<글:공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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