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이영림/『평생 公私모범 자랑스러워요』

  • 입력 1998년 5월 6일 07시 33분


▼ 정년퇴임한 아빠께

아빠. 시집가서 애까지 낳고 사는 딸이 아직도 아빠라고만 하니 아직 철이 덜 들었다고 하시겠지요.

언젠가부터 아빠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죽 해왔었는데 지금도 이렇게 용기를 내야만 겨우 펜을 들게 되는군요.

결혼해서 살다보니 제가 얼마나 행복한 가정에서 훌륭한 부모님의 참교육을 받으며 자랐는지 깨닫게 돼요. 저도 아빠 엄마가 저에게 해주신 만큼 아이에게 해주면 되겠다는 나름대로의 목표도 갖게 되었고요.

아빠. 32년4개월7일이라고 하셨던가요. 아직 한창 일할 나이신데 퇴임하게 되니 무척 언짢으시죠. 너무 속상해 하지 마세요. 아빠는 사회생활이든 가정생활이든 참으로 모범적이셨어요. 어린 시절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 줄도 몰랐던 저는 다시 한번 아빠를 존경하게 됩니다.

술 많이 드시고 늦게 들어오신다고 투정을 부리고 걱정을 끼쳐 드렸던 일들도 많이 생각나네요. 그래도 아빠는 아무런 내색도 안하시고 묵묵하게 저를 믿고 인정해 주시는 든든한 후견인이었어요. 그땐 정말 죄송했어요.

동혁이 돌잔칫날 누가 그러대요. 우리 가족사진을 찍을 때, 가족의 화목함이 환하게 비치더라고요. 엄마의 여러가지 깊은 배려도 있었지만 아빠가 항상 그렇게 이끌어 오셨다고 생각해요.

아빠. 이젠 시간이 많이 생겼으니 엄마랑 여행도 다니고 책도 많이 읽으세요. 저는 아빠가 직장을 그만 두셨어도 여러가지 바쁜 생활스케줄로 감각을 잃지 않고 사셨으면 해요.

무엇보다 건강하시고 손자들에게도 멋진 할아버지가 되시길 바랍니다. 다시한번 후배들의 존경을 받으며 무사히 정년을 맞은 아빠가 정말로 정말로 자랑스러워요. 제 마음 아시죠. 막내딸 올림.

이영림(서울 송파구 풍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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