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버이날 서울시장賞 효부 이운하씨

  • 입력 1998년 5월 7일 20시 05분


“제겐 너무 과분한 상입니다.”

8일 26회 어버이날을 맞아 효행자로 선정돼 서울특별시장 표창을 받은 이운하(李雲夏·45·서울 성북구 종암동)씨.

15년전 병으로 실직한 남편을 대신해 3형제의 교육을 도맡은 억척주부이자 치매와 중풍으로 거동조차 불편한 아흔이 넘은 시어머니의 간호를 도맡은 효부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농가의 7남매중 맏딸로 태어난 이씨는 17세때 아버지 손에 이끌려 경기 김포의 한 가정에 양녀겸 민며느리로 들어갔다. 그러나 시집살림도 가난에 찌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씨는 중풍으로 몸이 불편한 시어머니와 함께 매달 동사무소에서 지급되는 밀가루 한포대로 끼니를 때워야 했다.

72년 서울로 이사한 이씨는 가난의 족쇄를 떨쳐버리기 위해 남편과 함께 방직공장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그러나 남편이 병으로 쓰러지고 시어머니의 병세가 악화되면서 생활고는 더욱 깊어졌다.

“낮에는 야채행상을 하고 밤에는 식당파출부로 일했지만 남편과 시어머니의 약값을 대기조차 힘들었죠.”

이씨는 3년전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자살을 시도했다.

“둘째 아들의 대학등록금을 도저히 마련할 길이 없어 자책감에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입원한 지 3일만에 깨어난 이씨는 설움에 복받쳐 남편을 부둥켜안고 목놓아 울었다.

“이제는 다 지나간 일입니다. 엄마노릇도 제대로 못했는데 바르게 커준 아이들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현재 한국야쿠르트 서울종암직매소에서 5년째 배달일을 하고있는 이씨는 “힘들 때마다 가족들을 생각하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면서 “주변에서 생활고를 못견디고 가족을 포기하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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