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역 판검사비리사건을 계기로 대한변협이 변호사법에 이런 조항을 넣도록 건의했으나 법무부는 개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슬그머니 빼버렸다.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8일 열린 변호사법 개정 공청회에서는 이 조항의 포함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변협은 당초 ‘개업신고 전 1년 이내에 근무한 지역의 형사사건은 퇴직 후 2년동안 수임하지 못한다’는 조항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법원과 검찰측은 전직 판검사라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의 원칙을 침해한다면서 전관예우의 폐단은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89년 헌법재판소가 ‘개업지 제한’ 규정을 위헌으로 결정한 사실이 ‘제한 불가론(不可論)’의 근거로 제시되기도 했다. 당시 규정은 ‘판검사 등 경력이 15년에 미달한 자는 개업신고 전 2년 이내에 근무한 지역에서는 퇴직 후 3년간 개업할 수 없다’고 돼 있었다. 이 조항은 위헌결정에 따라 93년 삭제됐다.
그러나 많은 변호사와 법학교수들은 그 위헌결정이 모든 경우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당시 변호사법은 간판을 내거는 지역 자체를 제한했던데 비해 이번 변협의 제안은 형사사건에 국한해 전근무지에서 2년간 수임하지 못하게 하자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야 할 것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도 공무원이 퇴직 후 2년동안 유관기업에 근무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변협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전국 변호사의 1년간 형사사건 평균 수임건수는 10건 정도인데 1위에서 10위까지는 월평균 30건 정도다. 1∼10위는 개업한 지 얼마 안되는 판검사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한다. 바로 이것이 전관예우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전관예우는 판사와 변호사의 검은 유착관계를 부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개혁돼야 할 대상이다. 판사가 돈을 탐내면 공정한 판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전관예우는 반드시 도려내야 할 악습이다.
헌법위반을 무릅쓰면서까지 개업 변호사의 사건수임제한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변협의 제안은 합헌적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현실적 방안으로 보인다. 전관예우야말로 법조계의 대표적 비리라는 점을 깊이 인식,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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