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을 줄여 생활비로 쓰려는 사람이나 전세금을 빼내 집을 마련하여 이사를 하려는 사람은 곤란해지고 결국 신규 주택의 수요가 감소하여 주택업체는 도산을 면치 못하고 주택공급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는 3천억원을 긴급 조성, 가구당 2천만원씩 지원키로 하여 적어도 1만5천가구 이상이 직접 혜택을 보고 연쇄적으로 자금융통이 가능해져 상당수의 가구가 이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정부 조처는 더 큰 사회문제로 비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일시적 고육책에 불과한 느낌이 든다.
순수 세입자 약 3백만가구 중 올해 계약 경신 대상이 1백50만가구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1%가 지원받는 미미한 수준이고 범위도 25.7평 이하의 전세금 7천5백만원 이하여야 하는 등 제한이 있어 실질적인 도움이 크지 않을 것 같다.
이 대책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우선 지원 금액과 범위를 더 확대하여야 한다. 대출금 확대는 주택시장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얼어붙은 주택시장을 녹이는 가장 빠른 길이다.
다음으로 금리를 낮춰야 한다. 연리 16.5%는 시중 실세금리보다는 약간 낮지만 부담이 크다. 집주인이 이자를 물기 위해 또 다른 빚을 얻어야 한다면 정부가 지원해주는 의의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끝으로 정부는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임대 주택을 많이 보급해야 한다. 전세 및 월세 등 세입자는 5백70만가구에 달하나 공식화된 임대주택은 50여만가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방경식<주택산업연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