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필리핀대통령 8명 중 가장 훌륭한 인물로는 대체로 막사이사이를 꼽는다. 필리핀의 지도자들이 대개 스페인혈통인데 비해 그는 다수 국민과 같은 말레이계였다. 50년대초 국방장관이 된 그는 성공적인 게릴라소탕전을 폈다. 귀순자 우대와 인민 존중, 전투에서의 기동성과 유연성을 강조한 덕이다. 정부가 부패하자 사임하고 야당 후보로 나서 53년 필리핀에서 처음 정권교체를 이룬 것도 그였다.
▼두번째 정권교체는 마르코스가 해냈다. 65년 현직 대통령 마카파갈과 겨뤄 이긴 그는 69년 최초의 재선도 기록했다. 교만해진 마르코스는 72년부터 81년까지 계엄령, 그후엔 대통령령 통치를 계속했다. 이때 부인 이멜다도 마닐라 시장에 주택환경장관을 겸한 실력자였다. 미국 망명에서 귀국하던 아키노가 공항에서 피살된 데 격분한 국민항거로 그의 철권통치는 막을 내렸다.
▼후진국 민주정치의 모델로 미국학자들이 내세운 나라가 60년대까지의 필리핀이다. 마르코스의 계엄통치와 박정희(朴正熙)의 유신체제가 시작된 72년은 아시아 민주주의의 종식의 해로 불린다. 마르코스 이후의 코라손 아키노와 한국의 군정기 이후 김영삼(金泳三)정권은 ‘민주화와 경제후퇴’로 유사하다. 코라손 다음의 라모스처럼 김대중(金大中)정부가 경제부흥을 이룰 것인지에 비교정치학자들의 관심이 쏠려 있다. 에스트라다가 경제를 어떻게 꾸려갈지도 주목거리다.
김재홍〈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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