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측이 스승의 날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는 정부의 강력한 촌지 척결의지 때문이다. 교육부는 5월 한달을 ‘촌지없는 달’로 정하고 다양한 대책을 추진중이다. 하지만 교육부나 시도 교육청이 스승의 날과 관련해 별도의 지침을 내린 일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학교 차원에서 말썽이 두려워 나름대로 대비책을 세운 것이다. 물론 교육당국의 무언의 압력이나 감시의 눈총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이런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스승의 날이 실종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사실이다. 제자가 스승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은 우리 전래의 미풍양속이기도 하다. 교직이 다른 직업과 다른 점은 ‘사람’을 길러낸다는 긍지와 사명감이다. 스승의 날은 어려운 근무여건 속에서 교사들이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교직에 헌신하게 하는 계기도 된다. 이런 취지가 퇴색된다는 것은 교육적으로 큰 손실이다. 스승의 날을 기념식만 쫓기듯 치른 채 넘어가는 것이 학생들에게 어떻게 비칠지도 따져 보아야 한다.
촌지문제를 둘러싼 당국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 학교촌지는 액수가 얼마 안된다고는 하지만 그 폐해는 일반적인 뇌물을 훨씬 능가하게 마련이다. 교사가 내 아이를 잘 보살펴 주기를 바라는 단순한 마음에서 비롯된 촌지관행은 학생들을 사회의 비리구조에 일찍 눈뜨게 만들고 교육현장에서 불신감을 키우는 주범이 되고 있다. 교사들의 자업자득이라는 측면이 없는 것도 아니다.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대다수의 교사를 위해서도 촌지비리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그러나 당국이나 학교측의 대응방식은 너무 근시안적이고 졸렬하다는 느낌이다. 얼마 전에도 학교 교문에 ‘촌지를 받지 않습니다’라는 안내판을 게시해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스승에게 카네이션 한송이 달아줄 수 없는 살벌한 학교에서 인간과 인간이 만나는 교육은 기대할 수 없다. 스승의 날이 스승을 우울하게 하는 현실이 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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