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내가 엄마와 딸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맺어지고 이십여년이라는 세월의 강을 건너 오늘까지 이르는 동안 힘들고 고단한 고비마다 너의 천사같은 해맑은 모습을 보며 새 힘을 얻어 살아올 수 있었단다.
‘시작’이란 단어는 언제나 긴장과 설렘, 신선함과 기대가 어우러진 단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 아침 너는 처음으로 입어보는 정장이 어색하다며 거울 앞에서 쑥스러워했지만 이 엄마 눈에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숙녀로만 보이더구나.
오늘 처음 교단에 서는 너의 마음가짐도 남다르리라 생각하지만 노파심에서 몇자 적는다. 옛 성현은 ‘지행합일(知行合一)’이라 했다. 행함이 없는 지식은 알고 있는 지식이 아니라는 뜻일 게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배운대로 실천하기보다는 알면서 행하지 않는 모습에 더욱 익숙해 있지나 않은지 되돌아보아야 할 것 같다.
언제나 양지보다는 음지에서 떨고 있는 많은 아이들에게 더 큰 사랑을 베풀거라. 선생님의 따뜻한 말 한마디, 애정어린 포옹이 아이들에겐 평생 잊지못할 추억이 되고 알게 모르게 그들을 바른 길로 이끌게 된다. 모든 부당한 것과 타협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라. 이 엄마는 시작할 때 네가 가졌던 마음가짐을 교직을 다하는 날까지 간직해 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먼훗날 많은 제자들의 가슴 따뜻한 이름으로 남아 있는 선생님이 되길 기원하며.
신현숙(경기 광명시 광명1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