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사실 선생님과 저와의 사제 인연은 6개월이 채 안됩니다. 50년 2월부터 시작해 6·25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였으니까요. 선생님께서는 학도병과 더불어 군에 자원 입대하셨기 때문이죠.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선생님의 사랑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수업시간엔 무지무지하게 엄한 선생님이셨지만 틈틈이 낭랑한 목소리로 명시(名詩)를 낭송, 저희들에게 마음의 양식을 주시지 않았습니까.
또 전시중 유엔군에 배속된 선생님은 혁혁한 무공을 세우셨고 미 국무부로부터 동성무공훈장을 받아 특별 휴가를 나오셨던 일, 전쟁의 와중에도 손수 마련해 오신 초콜릿을 제자들에게 일일이 건네 주시던 일, 미소를 띠고 전우와 함께 찍은 사진 등이 생생히 떠오릅니다.
그런 덕이 쌓여 우리 남일초등교 6학년1반 출신 아이들이 57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전국의 수재가 모인다는 서울대에 7명이 합격하는 쾌거를 이룩했습니다. 곧바로 찾아 뵙고 인사를 드렸더니 그렇게 대견해 하시던 선생님.
90년 부산 대연초등학교 교장직위를 끝으로 40여년의 교편생활을 마감하는 정년퇴임식때 천리길도 마다 않고 모여든 20여명의 제자들로 즐거워 하셨지요. 이제 희수(喜壽)를 바라보는 선생님께서 여전히 건강하시다니 베푼자가 거두는 당연한 홍복(洪福)이 아닌가 합니다.
허남 (부산 해운대구 좌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