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동계는 자제하라

  • 입력 1998년 5월 14일 19시 27분


노동단체들이 이번 주말 서울과 전국 16개 도시에서 동시 다발적인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거기에다 총파업까지 거론되고 있어 전국적으로 우려와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도 강경과 강경이 맞부딪치면 또 어떤 불상사가 벌어질지 알 수 없다.

합법적 절차를 거친 집회나 시위는 근로자들의 의사표현 방법중 하나로서 보장되는 것이 옳다. 그렇지만 그러한 합법적인 시위조차 지금 시기적으로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하물며 폭력으로 얼룩졌던 지난번 근로자의 날 집회와 같은 양상이 이번에도 재연된다면 국가와 국민경제가 입을 상처는 엄청날 것이다. 이미 일부 학생운동권이 이번 시위에 합류할 것을 선언해 그런 우려가 기우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노동계는 자신들의 주장이 빛바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학생들의 가세를 스스로 앞장서 저지할 의무가 있다. 정부도 엄정한 법집행을 통해 학생들의 가담을 적극 차단해야 한다. 특히 쇠파이프 화염병 등 ‘흉기’를 소지하는 행위는 파괴적 폭력시위를 사전 준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강력하게 단속해야 한다.

폭력적인 시위로 근로자의 권익이 강화되고 실업대책이 확보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잘못이다. 비평화적 방법의 의사표시는 안정속의 경제회복을 바라는 대다수 국민의 염원과는 거리가 멀다. 바람직하기로는 대화를 통해 절박한 근로자들의 요구가 수렴되는 것이다. 이미 노사정위원회에 대화의 장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가. 노동계는 이번 집회를 평화적으로 끝내고 제2기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해서 민주적인 방법으로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기 바란다.

우리 경제는 지금 조그만 충격에도 깨지기 쉬운 취약한 상태에 있다. 환율은 다시 오르고 주가는 연중 최저치가 계속되는 등 제2의 외환위기 조짐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제 금융시장 주변의 외국언론들은 노동계 불안 등을 이유로 우리나라의 경제회복에 회의적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S&P의 방한조사단이 노동계 시위만으로 신용등급을 낮추지는 않겠다고 말했다지만 시위의 여파로 경제가 흔들리면 국가 신용도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외자유치를 위해 준비되고 있는 온갖 노력들도 허사가 될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전체의 몫이 될 뿐이다.

경제회복의 틀이 어느 정도 잡힐 때까지만이라도 불법파업과 시위는 자제해야 한다. 아울러 사회의 여타 구성원들은 근로자의 불안감과 실업자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데 동참함으로써 그들을 외로움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모두가 함께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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