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사태는 이제 인도네시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구공동체 전체의 문제다. 인도네시아가 모라토리엄이라도 선언하게 되면 당장 일본에 이어 동남아시아와 전세계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국제 인권단체들은 시위대에 대한 군과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 진압을 우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약탈 방화를 일삼는 일부 시민들은 이성을 잃고 있다. 지금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보호하는 일은 인도네시아 정부와 시민 모두의 책임이다.
인도네시아를 오늘의 이 지경으로까지 몰고 온 책임은 바로 수하르토정권에 있다. 30여년간의 족벌 장기집권에 시달려 온 국민이 민주 개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긴 세월 쌓여온 불만의 표출이다 보니 그 분노와 항거는 아무리 강력한 무력을 동원해도 잠재우기 어려울 것이다. 어느 나라든 국민의 민주 개혁요구를 강압하려는 정권은 오래 지탱하지 못했다. 역사가 증명한다. 수하르토정권의 퇴진도 이제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물론 인도네시아의 운명과 장래를 결정할 사람들은 인도네시아 국민이다. 사태가 과거와 같이 수하르토의 노련한 정치술로 미봉될지, 더욱 강경한 진압책이 동원될지, 군부 등 제삼의 세력이 등장해 정권을 인수할지, 아니면 수하르토의 퇴진으로 새롭게 민주정부가 들어설지는 아직 예견하기 어렵다. 그러나 지금 국제사회는 인도네시아 사태를 심히 우려하면서 수하르토의 퇴진이 본인이나 인도네시아의 불행을 최소화하는 길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은 내심 새 정부 출범 가능성을 점치며 대책마련에 들어간 듯하다.
수하르토 자신은 그러나 아직 결단을 내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사태는 갈수록 악화일로다. 그는 “국민이 신임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용의가 있다”고도 했으나 위기 모면용 발언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 많다. 실제 그의 측근들은 하야 의사표명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수하르토는 정권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더 늦기 전에 현명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것이 오늘의 인도네시아사태를 수습하는 바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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