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임상시험대상이 된 영아의 3분의 1정도가 친권자가 있으며 친권자가 없는 영아들 중에도 원장이 후견인으로 지정된 영아는 16명에 불과해 원장의 동의 자체가 불법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행 약사법은 임상시험 대상자를 선정할 때는 반드시 당사자의 동의를 구하게 하고 특히 어린이일 경우는 친권자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임상시험 대상자의 인권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기본적인 안전장치다. 이런 법정신과 친권자가 있는 영아가 다수 포함된 점을 감안하면 영아원 원장의 친권 대리행사는 월권으로 볼 수 있는 소지가 많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이런 법적 하자 여부보다는 유독 영아원에 수용된 아이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한 배경에 있다. 제약회사나 의약품수입업자들이 임상시험 대상자를 선정하기 어려운 현실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단순히 편의성과 시간절약만을 이유로 영아원생들을 집단시험대상으로 삼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영아원에 수용돼 있는 아이들은 미혼모가 양육을 포기했거나 가난한 집의 아이로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불우한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정상적인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라는 아이들보다 사회적으로 더 특별히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이다. 스스로 보호할 능력이 없는 이들을 원장의 동의만으로 집단 임상시험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인권유린 차원을 떠나 애처로운 일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영아원생들을 임상시험 대상으로 선정하는 과정에 병원과 제약회사, 영아원 원장간에 금품제공이 있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는 점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인신매매와 다를 바 없다. 수사당국의 엄정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 더구나 지금까지 영아원 등 집단시설수용 어린이를 임상시험대상으로 삼은 일이 여러번 있었다 하니 감독책임이 있는 복지부의 무신경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둘러싸고 더 이상 인권시비나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법과 제도의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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