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야. 많이 힘들지. 네 퇴근시간이 밤9시로 연장되고 네식구 오직 남편 월급 하나에 매달려 사는데 그 ‘월급’이 벌써 5개월째 감감 무소식이라니. 그나마 이제는 회사가 문을 닫게 되어서 퇴직금은 고사하고 밀린 월급이나 받길 고대하며 끼니를 걱정하는 너희들.
우리 자매는 대학 4년 동안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교를 다녔지. 그때는 ‘지금 하는 고생은 지나가는 바람이며 나그네’려니 생각하면서 그럭저럭 어려움을 이겨냈던 기억이 새롭구나.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하고 보니 현실은 더 캄캄한 절벽일 뿐. 그래도 이 언니는 버텼단다. 그러면서 깨달았지. 어떤 책에서 ‘그래 참 좋은 글귀군’하며 외워둔 경구가 아닌 경험에서 얻은 진실을. ‘잃은 게 있으면 반드시 얻은 게 있다’는 거야. 얻는게 전혀 없을 것 같아도 지푸라기라도 잡고 내가 얻을 수 있는 걸 찾아내 싹을 틔워야 한다고.
막내야. 그 어려운 상황에 네 몸까지 아파서 어쩐다니. 그리고 큰 아이는 웬 병치레가 그렇게 심해서 막 서른에 접어든 네 마음을 더 아프게 하는지 안타깝구나.
하지만 막내야. 네 심정이 오죽하겠느냐마는 우리, 희망을 가지고 살자. 우리에겐 젊음과 건강, 무엇보다도 진실과 근면과 정직함이 있으며 허황된 꿈을 꾸지 않고 사는 소박함이 있으니까. 검소하게 열심히 살다보면 우리에게도 산과 들을 내리쬐는 찬란한 태양을 마주할 날이 올거야. 네게 이런 위로의 말밖에는 해줄 수 없어 미안하고 속상하다. 하지만 ‘어머니’로서의 인내와 자신을 갖고 이 암울한 터널을 반드시 이겨내자. 너는 이겨낼 수 있을 거야.
정정님(대전 동구 용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