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냐. 너도 잘 잤니. 더 예뻐진 것 같구나.”
서울 강서구 화곡동 성지중고등학교 김한태(金漢泰)교장은 아침마다 학교 정문에 나와 등교하는 학생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김교장이 아침에 학생들을 대면하는 이유는 ‘관심과 사랑을 받는 아이들은 탈선하지 않는다’는 신념 때문.
그래서 김교장은 평소 학생들에게 ‘눈빛이 밝다’ ‘손이 두꺼운 걸 보니 부자가 되겠다’ 등 칭찬과 덕담을 자주 해준다. 아이들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주기 위해서다.
교사들도 꾸중보다는 칭찬하는 데 익숙하다. 옷차림이 단정치 못한 학생을 나무라기보다는 제대로 차려입은 학생을 칭찬함으로써 스스로 깨닫게 하는 식이다. 이 학교에는 머리에 물을 들이고 찢어진 청바지를 입는 등 자유분방한 모습의 학생이 많다. 그러나 교사들은 옷차림만으로는 그들을 나무라지 않는다. 대신 교사들 스스로는 노란 명찰을 가슴에 달고 늘 단정한 옷차림을 하고 있다.
칭찬과 함께 학교측이 주로 활용하는 학생선도방법은 표창장 수여.
이 학교 학생들은 졸업때까지 적어도 3, 4차례 이상 표창장을 받는다. 어느 분야든 조금만 잘하는 것이 있으면 표창장과 ‘모범학생’이라고 새겨진 볼펜 한 자루를 준다. 학생들이 이 볼펜을 자랑스럽게 간직하는 것은 물론이다. 표창장은 교사와 급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교장이 직접 수여한다.
표창장을 받을 만큼 모범을 보이지 못하면 ‘앞으로 잘할 수 있는 자질이 엿보인다’는 이유로 표창한다.
김교장의 말. “표창장을 받으면 아이들은 조금씩 변하게 됩니다. 언행도 조심하고 결석률도 줄어들어요. 부모가 자식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지지요.”
성지중고는 사회교육법에 의거해 설치된 학력인정 사회교육시설이다. 78년 3월 강서구 교남회관 강당에서 강서청소년직업학교로 문을 연 뒤 81년에 강서종합복지회관이 신축되면서 이 곳으로 이전했다. 86년에는 당시 문교부로부터 학력인정 승인을 받았다. 현재 주야간으로 나뉘어 6백96명의 중고생이 재학중. 이중 절반 가량은 여학생이다.
다른 사회교육시설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이 학교 학생들도 대부분 개성이 지나치게 강한 아이들이다. 그러다보니 정규학교에서 쫓겨나다시피 한 ‘문제아’들도 많다. 소년원을 제집처럼 드나든 경력을 가진 아이들도 여럿 있을 정도.
“학교가 처음 이곳으로 옮겨올때 아이들이 혹시 사고를 일으키지나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학생들이 토요일이면 빗자루를 들고 나와 열심히 거리를 청소하는 걸 보고 안심했습니다.”
학교근처의 한 식당주인의 말이다. 그는 “이제는 주민들이 학생과 교사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은 학교측이 가장 강조하는 교육중 하나. 이 학교의 방학은 일반 학교보다 5일 먼저 시작된다. 이 기간에 사회봉사활동을 벌이기 위해서다. 이 학교 학생들은 졸업할 때까지 모두 1백8시간의 봉사활동을 하게 된다. 봉사활동은 김포공항 잡초제거, 국립묘지내 무연고묘지 벌초 등 다양하다.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지 못하는 학생들에게는 졸업장을 주지 않는다. 봉사활동 참석자 명단은 교장이 직접 관리한다. 그래서 졸업식을 하고도 학교에 나와 김교장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학생들도 종종 있다.
성지중고 학생들 중에는 학과 공부보다는 예능에 소질있는 아이들이 많다. 실제로 현재 각광을 받는 신인 배우로 활약하고 있는 졸업생도 있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해 학교측에서도 학업에 대한 부담보다는 특별활동시간을 활용해 특기를 살리도록 장려하고 있다.
올해 고등학교 과정을 졸업한 1백80명 가운데 75명이 4년제 대학 및 전문대학에 입학했을 정도로 진학률도 높은 편이다. 졸업생들 중에는 명문대학 의대와 공대에 다니는 학생들도 상당수다.
교사(校舍)로 쓰이는 종합복지회관은 현재 강서구체육회, 바르게살기운동 강서구협의회 등 관변단체들이 함께 입주해 있다. 자신들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교사와 학생들의 가장 큰 소망이다. 02―694―7795
〈홍성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