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자동차 내수판매가 격감하자 업체마다 대부분의 차종에서 앞다퉈 무이자할부판매, 현금일시불 할인판매를 실시했으나 이 두 차량만은 지금까지 꼬박꼬박 제값을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출시 이후 현대자동차의 스타렉스는 월평균 5천대 가량 팔리며 큰 인기를 모았다. 올들어 월 2천대 수준으로 판매가 줄어들긴 했지만 다른 차종에 비하면 그래도 나은 편.
기아자동차가 1월 국내 첫 정통 미니밴이라며 내놓은 카니발은 4월말까지 모두 9천2백여대가 팔려 현대의 스타렉스(9천38대)를 근소한 차로 추월했다.
스타렉스와 카니발이 IMF시대에도 각광받는 것은 연료비 부담이 적고 각종 세제혜택으로 경승용차 못지 않게 경제적이기 때문.
스타렉스와 카니발은 구입단계에서 특별소비세와 교육세를 완전 면제받고 등록세도 큰 폭으로 감면받을 수 있다.
2천㏄ 승용차의 경우 연간 57만원 상당의 자동차세가 부과되는 반면 이 두 차는 6만5천원만 납부하면 된다.
구입 이후 1년간 2만㎞를 주행했을 경우 2천㏄ 중형승용차에 비해 1년간 5백만원(구입단계 각종 혜택 포함) 이상 유지비를 절감할 수 있다.
▼스타일〓카니발은 1.5박스형(보닛이 몸체의 0.5배 가량 된다는 의미) 정통 미니밴 스타일에 볼륨감 있는 보디라인을 살려 강인함과 세련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외양을 갖추고 있다.
전면은 단단함을 보여주는 수직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시원한 헤드램프가 조화를 이뤄 고급 승용차 분위기를 풍긴다. 곡선미를 살린 측면을 지나 후면으로 돌아서면 단순하게 처리한 모습이 깔끔한 맛을 더한다. 스타렉스는 전체가 1.3박스형(보닛이 몸체의 0.3배 가량 된다는 의미)스타일로 단순하면서도 소박한 멋을 보여준다.
▼실내장식〓카니발의 계기판은 군더더기 없이 단순하다. 외부라인도 타원형으로 처리, 운전자가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오디오시스템과 변속장치 주변을 고급 우드그레인으로 감싸 품격을 높였고 LCD패널을 장착, 실내온도 및 공기유입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스타렉스는 오디오와 에어컨조절기 등이 부착된 센터페시아 패널이 운전자를 향하도록 설계돼 편의성을 높였다. 또 계기판 전체를 우드그레인으로 감싸 아늑한 분위기를 내고 있다.
▼편의시설 및 실내공간〓카니발은 승객석쪽에만 슬라이딩 도어를 채택한 스타렉스에 비해 양쪽 모두 슬라이딩 도어를 적용, 좌우 양쪽에서 승하차가 가능해 편리하다. 바닥높이도 스타렉스에 비해 25㎝ 낮아 승용차처럼 한번에 탑승할 수 있다.
반면 스타렉스는 운전석이 높아 봉고나 그레이스 등 승합차처럼 중간 디딤판을 한번 디뎌야 운전석에 탈 수 있어 불편한 편.
RV차량은 시트를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는 게 특징. 이러한 기능은 오토캠핑을 할 때 특히 유용하다. 시트변환의 다양성면에선 카니발이 우수하나 스타렉스가 좌석 전체를 펼쳐 침대형태로 활용할 수 있는데 비해 카니발은 2,3열 좌석만 간이침대로 활용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불편.
카니발은 이밖에도 문을 닫으면 몇초 동안 실내등이 켜져 있는 잔광효과와 천장부근에 선글라스를 넣을 수 있는 간이 콘솔박스 등 편의장치들이 돋보였다.
▼주행성능〓카니발을 출발시키면 핸들을 잡은 손끝으로 차량의 묵직함이 전해진다. 하지만 2천9백㏄의 강력한 엔진이 중량을 충분히 받치면서 박차고 나가는 듯한 파워를 느낄 수 있다.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자 가볍게 변속이 되면서 너무 치고 나가지 않나 할 정도로 속도계 바늘이 죽 오른다. 시속 1백20㎞까지 오르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스타렉스에 앉으면 카니발에 비해 2배쯤 넓은 사이드미러로 들어오는 뒷배경이 시원하다. 출발 후 80㎞까지 도달하는데는 카니발과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그 이상 속도를 올리자 스타렉스의 가속력이 현격히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1백㎞까지 도달하는 데도 힘에 부치는 인상을 줬다.
곡선주행은 두 차량 모두 안정감을 준다. 시속 80㎞를 유지하면서 급커브를 시도했지만 차의 쏠림이 별로 없이 부드러운 코너링을 보여준다.
▼소음 및 승차감〓디젤엔진의 약점은 소음과 진동. 두 차량 모두 이를 줄이기 위해 애를 썼다. 아직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시속 80㎞에서 낮은 목소리로 옆사람과 대화하는 데 불편함은 없다.단지 가속 때 엔진으로부터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이 다소 거슬렸다.
고속주행 때 승차감은 카니발이 월등했다. 핸들이 묵직해지면서 안정감을 주고 노면진동을 흡수, 핸들의 떨림이 거의 없었다.
스타렉스는 시속 1백㎞를 넘자 핸들이 가벼워지면서 진동이 그대로 핸들로 전달돼 떨림이 심했다.
〈이희성·정재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