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에 잘못이 있다면 빨리 고치는 것은 옳다. 6·4 지방선거 이후로 인사를 늦출 수도 있었을 테지만 시급한 필요 때문에 앞당겼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평가할 만하다. 그럼에도 이번 교체는 김대통령 취임당시의 인재기용이 졸속으로 이뤄졌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다. 졸속인사에 따른 조기경질은 주양자(朱良子)보건복지부장관에 이어 두번째다.
그동안 상당수의 청와대 수석들은 정책 혼선, 팀워크 결여, 조정력 부족, 조직장악 미흡 등을 비판받아왔다. 특히 경제정책 혼선이 심각했다. 과거의 국정경험자들이 “국정 혼선의 거의 대부분은 청와대 수석간의 혼선에서 비롯된다”고 말하듯이 정부가 노정(露呈)한 경제정책 혼선의 상당부분은 청와대에서 연유한 측면이 있다. 그런 문제점들이 이번 인사를 계기로 시정돼야 한다. 지금은 정책혼선 등으로 시간과 국력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그러나 자리를 맞바꾼 인사로 그런 문제들이 말끔히 해결될지 의문이다. 이번 인사의 한계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김대통령이 정무수석도 함께 바꾼 것은 경제와 정치분야에서 청와대비서실 기능을 재조정하겠다는 뜻으로 읽어진다. 차제에 김대통령은 비서실 전반의 성격과 역할을 재검토하기 바란다. ‘작은 청와대’를 표방한 데 따라 비서실 인원이 줄어든 것은 불가피했다 하더라도 그동안 비서실은 약하고 가볍게까지 비쳤다. 연립정부인데다 경제부총리마저 없어져 기획과 조정기능이 훨씬 긴요해졌는데도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비서실의 조정력과 장단기 기획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총체적 개혁을 요구하는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 놓여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청와대 수석들의 조기교체는 인사검증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 김대통령 취임직전의 여론검증에서 김태동(金泰東)씨는 경제수석으로서는 실무경험이 부족하다는 등의 지적을 받았음에도 그대로 임명됐다가 이번에 교체됐다. 이강래(李康來)씨는 여론검증 과정에서 정무수석에서 밀려났으나 이번에 결국 정무수석으로 기용됐다. 김대통령이 시도한 여론검증의 의미를 김대통령 스스로 반감(半減)시킨 것이다. 그렇다면 김대통령이 대통령선거 때 공약했던대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는 길밖에 없다. 김대통령의 조속한 공약이행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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