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박종희/『백혈병 학우 도웁시다』

  • 입력 1998년 5월 19일 19시 47분


“병마를 훌훌 털고 교정에서 다시 만나자.”

경기 성남시 경원대(총장 김의원·金儀沅)에서는 지난달부터 급성골수성 백혈병과 힘겹게 투병하는 고근혜(高槿惠·23·지역개발학과 2년)씨를 위한 모금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고씨가 백혈병 판정을 받은 것은 2월 중순.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등에 바늘이 꽂힌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

병원을 찾았더니 ‘하늘이 무너지는’ 진단이 나왔다. 악성백혈구가 계속 분열하면서 골수를 침범, 정상적인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의 생성을 방해한다는 설명이었다.

고씨의 아버지(50)는 성남시 분당구청 환경미화원. 식당일을 하며 힘겹게 네자매를 뒷바라지하던 어머니(47)는 투병 중인 딸을 지키느라 돈벌이를 못하고 있다.

이런 딱한 소식이 캠퍼스에 알려지자 고씨의 같은 과 친구들이 모금운동에 나섰다. 교직원은 월급에서 1만원씩 뗐다.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한 교내표어 공모전에서 입상해 탄 상금 전액을 맡긴 사람도 있다.

고씨와 혈액형이 같은 이도령씨(21·지역개발학과 2년) 등 학우 20여명은 2시간동안 고통을 무릅쓰고 혈소판 추출을 위한 헌혈을 했다.

지금까지 고씨 가족에게 전달한 성금은 5백10만원. 그러나 두달간의 항암제 또는 방사선 치료에 2천만원이 들어가는 등 앞으로도 5천만원 이상이 필요한 형편이다.

주치의인 분당차병원 오도연(吳度演·혈액종양내과)박사는 “고씨 여동생(21)의 골수를 추출해 이식할 경우 완치 가능성이 높다”며 “병원도 최선을 다해 치료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역개발학과 학회장 조경석(趙敬錫·25)씨는 “근혜는 어려운 가정형편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밝게 생활했다”며 “근혜가 건강을 되찾을 때까지 모금운동을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성남〓박종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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