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섬에서 가장 높은 우도봉(소머리 오름)에 오른다. 높이야 고작 비탈진 방목장 정도지만 곱게 자란 파란 잔디위에 노니는 소떼, 탁 트인 시야, 그 끝으로 멀리 유람선이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지나간다. 그곳엔 아무런 구속도 스트레스도 없다. 바다 건너 저편으로는 성산 일출봉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다. 배를 타고 나오지 않으면 보기 어려운 구십구봉 성산의 비경을 멀리서나마 눈속에 담는다. 자전거를 빌려타고 우도봉을 오르는 신혼부부의 모습이 싱그럽다.
소머리오름을 돌아 내려가다 보면 우도봉 끝자락 깎아지른 절벽 아래의 검멀래 해수욕장을 만난다. 이곳에는 성인병 예방에 좋다 하여 검은 모래로 찜질을 하는 사람들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한다. 물이 빠지면 ‘고래 콧구멍’ 모양의 해저동굴 동안경굴이 나타나고 잔잔한 파도 위에 시간을 낚는 바다 낚시꾼의 모습에서 한가로운 섬마을풍경을 본다. 이엉집 사이사이 돌담을 지나 하고수동해수욕장과 새끼섬 비양도에 이르는 길은 이국적인 남도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해안도로를 따라 기분좋게 달리다 보면 ‘서빈백사’라 불리는 국내 유일의 산호해변, 산호사해수욕장을 만나게 된다. 수심에 따라 물색깔이 묘한 조화를 이루는 이 곳은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뉘엿뉘엿 저무는 해를 등지고 황혼에 젖은 조용한 섬. 우도를 떠나는 날, 내 가슴은 일상으로 돌아가는 아쉬움과 다시 또 찾을 날에 대한 기대감으로 출렁거렸다.
노태성(보람은행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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